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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기고 "종전선언은 '외교적 연극'…평화 없이 평화 선언하나"

Jimie 2021. 11. 29. 17:51

WSJ 기고 "종전선언은 '외교적 연극'…평화 없이 평화 선언하나"

중앙일보

입력 2021.11.29 16:04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이 "외교적 연극'(diplomatic theater)"에 불과하며 "한국 정부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북한의 적대 행위를 억지하지 못하는 '빈 말'에 서명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이 나왔다.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은 해소되지 않으며 오히려 동맹의 안보만 위협받을 것이란 취지다.

28일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 기업연구소(AEI) 석좌가 종전선언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한국은 평화 없이 평화를 선언하길 바란다'는 제목의 글. 월스트리트저널 캡쳐.

보수 성향 北 전문가 "종전선언은 거짓 돌파구"

보수 성향의 북한 전문가 니콜라스 에버스태트 미 기업연구소(AEI) 석좌는 28일(현지시간) '한국은 평화 없이 평화를 선언하길 바란다'는 제목의 WSJ 기고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이 뭐라고 말하든 한국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주장하는 '외교적 연극'에 불과하다"며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종전선언에) 미국을 함께 엮어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배경은 내년 3월 대선과 관련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햇볕정책 지지자(sunshiner)들은 김정은을 몇 년간 배려해왔지만 내세울 만한 성과 없이 임기 말을 맞게 됐다"며 "내년 3월 한국 대선에서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에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의 목적은 뻔하다"고 적었다.

 

이어 종전선언에 대해 "팬터마임 같은 국정 운영"이자 "그럴싸하게 보이는 거짓 돌파구"라고 혹평했다. 또 "한반도의 안보를 더욱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햇볕 정책(혹은 관여 정책)에 있어 '평화 선언'에 서명하는 일은 수십년간 이어진 숙원과도 같다"며 "(종전선언의)맹신론자들(true-believers)은 선언 자체에 주술적 효과가 있어서 어떻게든 한반도의 적대 행위를 끝내주리라고 믿으며, 이런 마법이 잘 듣지 않을 때조차도 절대 믿음을 잃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평화를 보장하자는 공동성명에 서명했지만, 평화는 실현되지 않았다"며 그 이후 북한이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하고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회담하는 모습. 연합뉴스.

 

"비핵화 목표 무력화...북한 요구만 많아질 것"

특히 에버스태트 연구원은 종전선언이 한반도 안보에 미칠 파급력에 주목했다. 종전선언을 할 경우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사실상 버리게 되는 셈"이라며 "한ㆍ미가 종전선언 잔치를 벌여놓고, 어떻게 국제사회에 북핵 관련 압박 수위를 높이자고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던졌다. 또한 이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전선언으로 북한을 달랠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북한은 미국을 "제국주의자"로 한국을 "(미국의) 꼭두각시"로 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해봤자 "북한은 이를 (한ㆍ미가) 취약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더 많은 요구를 해올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코로나19와 경제난으로 무력한 상태인데, 종전선언을 할 경우 김정은 정권이 다시 기력을 되찾고 협박을 일삼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그는 또 종전선언을 계기로 "북한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대로 유엔사령부가 사라질 수 있고 한ㆍ미 동맹 자체도 검증대에 오를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어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더욱 대담해져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를 해제하자고 로비하거나 제재 자체를 어겨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본의 안보는 더욱 취약해질 것이고 일본의 지도자들이 동맹으로서 미국의 역할을 의심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