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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 영웅이라더니… 軍은 2년째 잊고 있었다

Jimie 2021. 11. 20. 07:47

[단독] 제2연평해전 영웅이라더니… 軍은 2년째 잊고 있었다

끝까지 함포 잡았던 故조천형 중사, 뒤늦게 상사 진급
참전 당시 진급 앞둔 하사, 전사 이후 중사로 1계급 추서
진급 예정자는 1계급 더 올리는 특별법 시행되며 진급 대상 돼
2년 누락됐다가 전우들이 챙겨

입력 2021.11.20 03:36
 
                                                                   故조천형 중사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29일 오전, 북한 경비정이 인천 연평도 서쪽 7마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기습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참수리 357호 고속정의 21포 사수였던 조천형 중사는 북한군의 집중 공격으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20㎜ 벌컨포 방아쇠를 당겼다. 교전 끝에 조 중사를 비롯한 군인 6명이 전사했다. 용사들의 영결식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동신 국방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채 치러졌다. 해군은 ‘제2연평해전의 영웅’인 조 중사를 기리기 위해 2009년 유도탄 고속함 3번함에 ‘조천형함’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조 중사가 전사(戰死) 19년 만인 최근에야 상사로 진급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그는 참전 당시 하사였고, 6개월 뒤 진급이 예정된 중사(진) 계급이었다. 전사 이후 그의 계급은 중사(진) 대신 하사로 기록돼 중사로 1계급 추서(追敍)됐다. 2019년 전사·순직한 진급 예정자를 한 계급 더 추서하는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천안함 전사자 등 34명이 추가 진급했다. 하지만 조 상사는 여기서 빠졌다. 군의 무관심 속에 ‘제2연평해전 영웅’이 누락된 것이다.

 

누락 경위에 대해 국방부 측은 “특별법 시행 당시 유족들이 추가 추서를 신청하지 않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에 따르면 유족들이 추서를 신청하도록 돼 있다. 조 상사의 유족들은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먹고살기 바쁘고 경황이 없어 신청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2014년 6월 29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12주년 기념식에서 고(故) 조천형 중사의 어머니 임헌순씨가 전적비에 새겨진 전사자의 부조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뉴시스

자칫 잊힐 뻔한 상사 계급장을 그에게 달아준 것은 전우들이었다. 지난 6월 29일에 열린 ‘제19주기 제2연평해전 전승 기념행사’ 참석자 사이에서 “조 중사가 원래 중사(진) 아니었느냐”는 말이 나왔고, 한 참석자가 해군본부에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해군은 이를 전해 듣고 뒤늦게 추서 절차에 착수했다. 19일 해군은 “고 조천형 중사의 추서 진급 신청이 누락된 것을 확인하고 10월 15일부로 조 중사의 상사 추서 진급 명령을 해군참모총장이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상사와 함께 연평도 앞바다에서 전사했던 전우는 특별법 이전에 이미 상사 계급을 달았다. 참전 당시 똑같은 중사(진) 계급이었던 고 한상국 상사도 처음엔 중사로 추서됐지만, 군이 진급 예정이었던 점을 감안해 2015년 상사로 다시 추서했다. 한 예비역 장교는 “전쟁 영웅에 대한 예우는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지, 마냥 유족 신청만 기다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사실상 관계 부처들이 조 상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12월 중 유족,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전사자 묘역에서 고 조천형 상사의 새 묘비 제막식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상사의 어머니 임헌순(74)씨는 “어제(18일)가 천형이 아버지 기일이었는데 묘에 가서 ‘당신 아들 상사 달았어요’라고 알려주고 왔다”며 “군인인 것을 늘 명예롭게 생각하던 천형이도 진급을 하게 돼 하늘에서도 기뻐할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하다”고 했다.

 

조 상사가 전사할 당시 생후 100일이 겨우 지난 아기였던 딸 조시은(19)씨는 아버지를 따라 해군 장교의 길을 걷고 있다. 부산 부경대에 재학 중인 조씨는 지난 8월 해군 학군단(ROTC)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조 상사의 아내 강정순(47)씨는 “딸아이가 사진으로만 아빠를 보며 크다가, 문득 중학교 때 ‘아빠를 따라 해군이 되겠다’고 하더라”며 “이후 아이의 꿈은 줄곧 해군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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