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v and Arts

가고파 / 이은상

Jimie 2021. 11. 19. 19:35

 


-가고파-

마음 있는 벗에게 이은상

 

 

 

고향 남쪽 바다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
꿈인들 잊으리오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린 같이 놀던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무얼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물새 동무들 고향에 있는데

 

나는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라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지내고저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하고

 

들면 뱃장에 누워 헤다 잠들었지

 

세상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 보고 저기 알아 보나

 

몫엔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보금자리에 안기자 안겨.

 

 

 

처자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기쁨의 길이 아까와라 아까와.

 

 

 

일하여 시름없고 단잠 들어 없는 몸이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 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동무 젖는 배에 얻어 올라 치를 잡고

 

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명 살까이나

 

맞잡고 그물 던지던 노래하자 노래해.

 

 

 

거기 아침은 오고 거기 석양은 져도

 

얼음 바람은 들지 못하는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꺼나 깨끗이도 깨끗이.

 

1932. 1. 5................

 

노산 이은상

 

노산 (鷺山) 이은상 (李殷相.1903~1982)

노산 이은상

 

'Luv and Ar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정주, 귀촉도 (歸蜀途)  (0) 2022.02.09
아내의 홀로서기  (0) 2022.01.07
사랑 / 이은상  (0) 2021.11.19
삼척 해신당공원  (0) 2021.11.19
중국 혁명성지, 연안에서 만난 조선인, 정율성(郑律成)  (0)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