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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에겐 쇼핑백에 현금 담아 줘… 김만배측엔 계좌로 송금했다”

Jimie 2021. 11. 19. 04:16

“남욱에겐 쇼핑백에 현금 담아 줘… 김만배측엔 계좌로 송금했다”

[대장동 게이트] 선거·로비자금 43억 최종 종착지는 어디 화천대유의 대장동 아파트 분양을 독점했던 분양 대행업체 대표 이모씨가 2014년 초부터 2015년까지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남욱 변호사 등에게 43억원을 전달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하면서 ‘43억원’의 종착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43억원’의 사용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건넨 돈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재선(再選) 선거운동 비용으로, 이후 전달된 돈은 대장동 사업 인허가 로비 비용으로 쓰인 것으로 안다”는 진술을 대장동 사업 관계자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인 남욱(구속) 변호사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구속)씨는 ‘정상적인 사업비로 썼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로선 전방위 계좌 추적을 통해 진위(眞僞)를 규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17일과 18일 연이틀 이씨를 소환해 당시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사업 설계자로 알려진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남욱 변호사와 김만배씨 등이 대화하면서 ‘43억원’을 언급하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씨와 남 변호사, 김씨는 처음엔 43억원이 전달된 사실을 부인하다가, 검찰의 거듭되는 추궁에 이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현금으로 인출한 돈을 쇼핑백에 남아 남욱씨에게 전달하거나 김만배씨 주변 인사에게 계좌로 송금하는 등 43억원이 수차례 전달된 과정도 수사팀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4년 6월 지방선거 전 전달된 돈은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 지원에 쓰인 걸로 안다’는 대장동 사업 관련자 진술과 관련해 그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행적에 주목하고 있다. 2013년 9월부터 도개공 기획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유동규씨는 2014년 4월 도개공을 나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이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자 그해 7월 공단에 재입사했다.

유동규씨는 이미 2013년 4~8월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3억5200만원을 받는 등 ‘대장동 일당’과는 유착된 상태였다. 유씨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13년 3월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땅 못 사는 것 있으면 내가 해결해 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런 가운데 2014년 지방선거 석 달 전, 성남시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장동 개발 사업 업무를 위탁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대장동 일당’들로서는 당초 자신들이 설계했던 민·관 결합 개발 방식으로 사업이 계속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재선이 절실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아울러 43억원 가운데 2014년 6월 이후에 이씨가 전달했다는 자금에 대해 “실제 각종 인허가 로비에 사용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는 “성남시나 성남시의회, 또는 현 여권 인사를 상대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로비가 있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43억원이 조성되는 과정에서는 토목건설업체 대표인 나모씨도 등장한다. 나씨는 2014년 ‘대장동 토목사업권을 받을 수 있다’는 이씨의 제안을 받고 20억원을 송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돈은 남욱 변호사 등으로 전달됐다.

하지만 나중에 나씨가 대장동 토목사업권을 따지 못하자 화천대유는 2019년 4월 나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했다. 김만배씨가 자신이 대주주인 화천대유로부터 473억원을 장기 대여했는데 그 100억원이 나씨에게 간 것이다. 이행보증금으로 알려진 20억원의 5배가 넘는 돈이 나씨에게 지급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2014~2015년 상황을 잘 아는 나씨가 ‘로비를 폭로하겠다’고 하자 ‘입막음용’으로 전달됐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이씨는 본지에 “43억원을 남 변호사 등에게 전달한 것은 맞고, 전달 당시에는 돈이 정확히 어떻게 쓰이는지 몰랐다”고 했다. 나씨, 남욱 변호사 측은 본지의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만배씨의 전 직장 후배인 ‘천화동인 7호’ 소유주 배모(52)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배씨는 전직 기자로 대장동에 1000만원을 투자해 약 120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주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