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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뚜껑열리게' 했던 윤석열, 보수야당 대선후보 됐다

Jimie 2021. 11. 6. 06:44

추미애 '뚜껑열리게' 했던 윤석열, 보수야당 대선후보 됐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정치 읽어주는 기자]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 후보에 최종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5/뉴스1

 

'윤석열 대망론'이 한 발 더 나가게 됐다. 윤석열 후보는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지난 3월까지 현 정부의 '검사'였던 인물이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보수야당의 대선후보가 된 것이다.

특히 윤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주도하며 '보수 궤멸'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사 윤석열'은 어떻게 국민의힘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을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1991년 사법시험에 '9수' 끝에 합격한 윤석열 후보는 검사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당시 위기를 맞았다. 2013년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수사 당시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검찰 지휘부와 갈등 속에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했기 때문. 이후 그는 한직을 전전하게 된다.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는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던 것은 아직도 회자된다. 윤 후보가 '강직한 검사'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결정적 계기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윤 후보를 '검사'의 표상처럼 띄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 무엇을 겁내는지 새삼 알겠다"고 트위터에 글을 썼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한번도 검찰에 대한 대화를 해본적 없는 윤석열 형, 굴하지 않고 검찰을 지켜주세요"라고 밝혔다.


권력에도 칼을 대라 해서 칼을 댔다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들어 파격적으로 중용되기 시작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윤 후보를 지명하자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현장에 "아아"라는 탄식이 일제히 나왔을 정도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적폐 수사'에 앞장섰고, 끝내 2019년에는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윤 후보에게 "청와대, 정부, 집권 여당에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윤 후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들어갔다.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검사의 이미지를 얻은 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7.25/뉴스1

 

그러자 윤 후보에게 찬사를 내놓던 민주당 인사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윤 후보는 여권으로부터 '정치 검찰'의 표상이 됐다.

반면 보수 야권은 거꾸로 윤 후보를 '참 검사'로 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권 초 윤 후보를 '충견'이라 불렀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조국 사태'를 거치며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진정 대한민국의 검사"라고 추켜세웠다.


秋와 갈등으로 '반문' 선봉장

'권력에 굴하지 않는 강직한 검사'였던 윤 후보가 대선후보 반열에 오른 결정적 계기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이었다. 추 전 장관은 검찰의 '윤석열 라인'을 모조리 정리하면서 윤 후보에 대한 징계에도 착수했다. 그 과정에서 윤 후보는 '권력을 수사했다가 보복을 받는 검사'의 이미지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일부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2위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다. 특히 지난해 말 추 전 장관이 주도한 '2개월 징계'에 대해 법원이 윤 후보의 '직무복귀'를 결정한 게 결정타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혼란을 초래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추-윤 갈등'은 추 전 장관이 사실상 경질을 당하며 마무리됐다. 추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뚜껑이 열렸었다"고 표현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조국 사태'에 실망한 이들의 구심점이 됐다. 반문(反文)의 아이콘이 된 것. 야당에서 "윤석열 대선후보의 1등 공신은 추미애"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일 1구설' 극복하고 캠프 재정비?

윤 후보는 지난 3월 검찰총장 직을 사퇴한 후 정계에 데뷔했다. 하지만 정치선언을 한 이후 별다른 비전을 보여주진 못했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대선후보 선출 역시 '비전'이 주효했다는 분석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반문의 구심점으로 본선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였기 때문에 경선에서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이 힘을 얻는다.

실제 그는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남여 교제를 막는 페미니즘', '후쿠시마 원전', '메이저 언론사', '아프리카 손발 노동', '점 보러 다니는 여자들', '정치를 잘한 전두환' 등의 실언을 하며 '1일 1구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쩍벌' 자세로 앉는 모습은 여전히 관측된다. 최근에는 '전두환 발언'에 사과한 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개가 사과를 먹는 사진'을 올려 "사과는 개나 먹으란 말이냐"는 비판을 들어 위기에 빠졌었다.

'친박 핵심'이었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윤 후보를 지지하는 심리를 "이길 수만 있다면 괴물이면 어떻고 악마면 어떤가"라는 말로 표현했던 바 있다. 문제는 본선 승리는 '반문'의 상징성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에 있다. 일단 윤 후보는 캠프를 완전히 재정비하고, 새로운 진용을 갖춰 본선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캠프의 대외협력특보인 김경진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YTN라디오에서 "11월5일이면 후보가 선출이 되고, 선출이 되면 본선 캠프로 재편돼야 할 것"이라며 "후보도 전면적으로 캠프 재편을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은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사진=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측 제공) 2021.08.17. *재판매 및 DB 금지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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