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김만배에 돈 액수와 전달법 지시”
- 조선일보
- 표태준 기자
- 입력2021.10.12 03:23
정영학 녹취록에 담긴 대장동 의혹…
검찰, 유동규 지시 실행여부 추적
김만배 “성남시의장 30억, 시의원 20억 줘야”
유동규 “전달하라”
‘성남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확보한 ‘정영학 녹취록’에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에게 이른바 ‘50억 클럽’에 거론된 고위 법조인과 정치인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과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화천대유의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유동규씨가 김만배씨에게 “에게 50개(50억원)를 꽂으라”는 식으로 지시하는 내용이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대화 과정에서 김씨가 법조인과 정치인을 거론하자 유씨가 그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면면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주장했던 이른바 ‘50억원 클럽 명단’과도 중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성남시의장에게 30억원, 성남시의원에게 20억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얘기하자 유동규씨가 ‘전달하라’고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검찰은 당시 유씨의 ‘지시’가 실제 실행됐는지를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김만배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녹취록 내용 등을 중심으로 12시간 넘게 조사했다. 검찰은 녹취록 다른 부분에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임직원 성과급으로 280억원을 지급하고 ‘50억 클럽’ 등에 썼거나 쓸 비용이 350억원”이라고 말한 부분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만배씨가 법적으로 100% 소유하고 있는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중 상당 부분이 유 전 본부장의 숨겨진 지분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로비 대상’에 대한 금품 제공 방식을 지시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나온 만큼, 김씨가 유씨를 상대로 ‘개발 이익의 25%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이른바 ‘700억 약정설’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핵심 인물 중 하나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1일 오전 10시쯤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으러 가고 있다. 법조기자 출신인 김씨 뒤에서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기자가 기사는 안 쓰고 재판 거래, 법조계 로비나 하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이태경 기자
이날 검찰은 ‘정영학 녹취록’과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측근 정민용 변호사가 제출한 자술서 등을 근거로 김씨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에는 “내가 실소유주가 아니란 걸 직원들이 다 안다” “정치 자금은 내가 대야 한다”는 김만배씨 발언도 나온다. 정민용 변호사도 자술서를 통해 “유씨가 나에게 돈을 빌리면서 ‘천화동인 1호는 내 것’ ‘김만배씨에게 차명으로 맡겨 놓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추궁에 대해 김씨는 “천화동인1호는 내 소유”라며 “정 회계사가 녹음해 만든 녹취록 내용도 부풀려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가 작년 1월부터 유동규씨 관련 질문을 하면서 원하는 대답을 유도했고, 김씨 자신도 이를 어느 정도 눈치챘지만 맞장구를 쳐주는 과정에서 허언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본인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가 당시 대장동 사업에 들어간 사업비를 정산하고 각자의 분담액을 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갈등도 소상히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화살’을 정 회계사에게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측은 전날 정 회계사가 5~6명의 고위직 인사를 거론하며 1인당 50억원씩 200억~300억원을 써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부분은 녹취록에서 빠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김만배씨가 거론한 것으로 녹취록에 나오는 법조계, 정치권 인사들과는 별개의 인물들로, 정 회계사가 먼저 그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김씨는 이날 검찰 조사에서도 그런 부분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또 “대장동 사업은 정영학 회계사가 설계한 것”이라며 정 회계사 책임을 부각하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유동규씨는 정 회계사가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데려왔고, 민관 합동 개발도 정 회계사가 다 설계한 것”이라며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자기들 사람을 박아서 인허가 진행 과정 등을 나에게 알려줬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과 전략투자팀장에 각각 채용한 김민걸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는 정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가 각각 추천한 인물이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이익 동맹으로 뭉친 김만배·정영학이 서로 총질하는 모양새”라는 말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정 회계사도 ‘200억~300억원’의 로비 자금을 언급했다면 이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장동 3인방’ 중 한 명으로 미국에 도피 중인 남욱 변호사의 신병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검찰은 유동규씨가 김씨로부터 5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유씨를 구속하면서 이를 ‘700억원 약정’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았다. 2015년 3월 김씨가 유씨에게 ‘개발 이익 25%’를 약속한 것이 2020년 10월 ‘700억원’으로 구체화됐고, 2021년 1월 김씨가 줬다는 5억원은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런데 5억원 중 수표 4억원의 경우, 김만배씨 측은 ‘남욱 변호사에게 사업비로 전달된 돈이고 이후의 과정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현금 1억원 부분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은 “남욱 변호사의 진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은 계좌 추적 등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녹취록 내용에 주로 의존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며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유동규씨나 김만배씨가 계속 부인한다면 수사가 두 사람 선에서 멈추고 ‘윗선’으로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표태준 기자]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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