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공산주의' 고영주 발언…대법 "명예훼손 아냐"
- 뉴시스
- 김재환
- 입력2021.09.16 12:06
기사내용 요약
문재인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기소
1심 무죄→2심서 유죄로 집유 선고
"文 평가한 것뿐…구체적 사실 없어"
"공적 인물 검증한 것…표현의 자유"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해 8월27일 항소심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08.2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6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한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 전 이사장으로선 문 대통령이 가진 생각을 평가한 것이고, 이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어서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 재판부 판단이다.
비록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북한과 연관돼 사용되긴 하나, 우리나라 질서를 위협할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 없는 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만으로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공산주의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정치적 상황에 관한 견해일 뿐이라고 했다.
게다가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공적 인물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 과정에서 벌어진 검증으로 봐야 하며, 이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대법원 관계자는 "정치적 이념의 경우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될 수 밖에 없어 증거에 의해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 등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해 6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6.02. yesphoto@newsis.com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4일 한 보수단체의 신년하례회에서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하는 등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과거 부림사건을 변호했고, 그것은 공산주의 운동이었으며 해당 사건을 수사한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용어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공산주의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돼 사용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중 원 사건의 변호인이었다는 표현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면서 "이 사실에 기초한 공산주의자 취지 발언 역시 논리 비약으로 모두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념 갈등 등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며 "고 전 이사장 발언은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부림사건은 지난 1981년 공안당국이 독서모임을 하던 교사와 학생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과 고문을 통해 19명을 구속한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부림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부림사건의 재심 변호를 맡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2017년 7월20일 1심 1회 공판기일.
2015년 9월 고소 당시 제1야당 대표였던 문재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2017년 5월 문재인 고소인 19대 대통령 당선.
2017년 7월 20일 1심 1회 공판기일 개시. 1심(무죄) , 2심(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2021년 9월 16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
고영주 전 검사장,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2013년 1월 4일,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행한
이른바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이 문제가 돼,
2015년 9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부터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다.
시민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 위원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한 고영주 이사장은, 부림사건 수사검사로 본인이 직접 겪은 일을 소개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위 발언의 핵심 요지는, ‘한국 사회에는 대한민국의 적화를 꿈꾸는 이들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자유진영은 언제나 깨어 있는 자세로 대한민국을 수호해야 한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고 이사장은 발언 도중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도 부림사건 변호인이었다’며, 두 사람의 실명을 거론했다.
고 이사장의 이 발언은 2년여가 지난 뒤 갑자기 논란이 됐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고 이사장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사실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 이사장은 본인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킨 뒤에도, “내가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제 발언은 허위가 아닌 진실”이라고 밝혔다.
2017년 7월20일 1심 1회 공판기일.
<2015년 9월 고소 당시 제1야당 대표였던 문재인은, 2017년 5월 제 19대 대통령에 피선됐다>
고 이사장은 재판장(형사11단독 조정래 판사)이 발언기회를 주자, ‘피고인 모두진술’이란 제목이 붙은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이미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고소인이 북한의 주장을 지지·추종한 발언 및 활동을 자세하게 설명했고, 관련 정황 자료를 수십 건 제출했다”며, “그럼에도 검찰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기소한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고소인의 북한 추종 사례로는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연방제 통일 주장, 국정원 해체 주장, 제주 해군기지 건설반대” 등이 있다며, “(고소인의) 언동은 공산당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에서 공산주의자가 보이는 공통된 특징 11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소인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감정 표현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고 이사장은, 참여정부에서 인사 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발언도 허위사실이 아니라며, 필요하다면 이를 입증키 위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법정을 나온 고 이사장은,
박영수 특검의 발언을 인용해 “(고소인이) 공산주의자라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