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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땐 시간끌기에, 與되자 날치기에… 민주당의 선진화법 악용

Jimie 2021. 8. 21. 07:13

野땐 시간끌기에, 與되자 날치기에… 민주당의 선진화법 악용

국회선진화법 두고 ‘한 입 두 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9일 언론중재법과 탄소중립법·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3대 쟁점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었던 법적 근거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안건조정위 제도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는 집권 여당의 입법 폭주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2012년 민주당이 ‘87석 야당’(18대 국회) 시절일 때다. 국회 회의장에 해머와 전기톱, 최루탄까지 등장했던 ‘동물국회’를 끝내자며 여야가 합의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는 ‘여당 발목 잡기’로, 집권 다수당이 돼서는 ‘법안 날치기’로 선진화법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덕훈 기자

 

◇野 시절 ‘의원징계안’도 조정위 회부

 

이번 ‘안건조정위 꼼수 3법’은 반나절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조정위는 상임위 내 여야 간 이견 조정을 위해 마련되는 장치로, 여야 3대3 동수로 구성된다. 최장 90일까지 활동하며 쟁점 법안을 숙의하라는 취지다. 일반적으로는 소수당이 시간을 끌기 위한 ‘무기’로 활용해왔다.

민주당은 19대 국회(민주통합당) 때는 배재정, 이종걸 등 자당 의원의 국회 윤리특위 징계안 처리를 늦추기 위해 이 제도를 발동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의원 징계안에까지 안건 조정을 거는 것은 선진화법 악용”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정부조직법 개정안,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징계안 등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주도로 안건조정위에 회부됐었다. 당시 박범계 의원(법무부 장관)은 “안건조정제도는 다수로 날치기 하는 것을 막고 그 날치기에 대항해 소수 야당이 물리력으로 제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말 그대로 선진화법이자 몸싸움 방지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19대 국회 때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에서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소수당이 결정권을 쥐게 된다는 취지에서 선진화법을 ‘야당결재법’ ‘소수결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인터뷰에서 “선진화법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의 정치를 실현하자는 취지”라며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인한 국회 파행과 여야의 극한 대립은 국정 운영에 더 큰 혼란과 피해를 준다”고 했다.

◇거대 여당의 입법 독재 “180석은 예상 못해”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합의 정신을 강조하는 여러 장치를 마련했지만, ‘180석 이상’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상황을 뒀다. 본회의 또는 상임위에서 5분의 3(180석) 이상이 찬성하면 쟁점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처리할 수 있는 규정을 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절반을 훌쩍 넘은 171석을 확보하고 있고, 열린민주당 등 친여(親與) 정당과 탈당·제명자들을 끌어모으면 180석을 확보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안건조정위 꼼수 3법’ 처리 때도 모두 열린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을 야당 몫으로 배정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주도했던 황우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시 여야 합의로 법안을 만들 때만 해도 170석도 꿈의 숫자다, 절대 될 수 없다고 했었다”며 “‘5분의3′을 넘어서는 바람에 야당으로서는 억제책이 완전히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등장한 ‘위성정당’도 선진화법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송영길 대표는 20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선진화법을 위반하고 회의장 질서를 무력화한 야당에 유감을 표한다”며 “평생 야당만 할 생각인가”라고 말했다.

[김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