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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취재 현장의 비명…"탈레반 영상 찍는데 내리치려 해"

Jimie 2021. 8. 19. 18:43

아프간 취재 현장의 비명…"탈레반 영상 찍는데 내리치려 해"

탈레반의 무자비한 언론 탄압 이어져

"영상 찍는데 총으로 내리치려 해"

NYT "탈레반, 시위 취재 언론인 구타"

국제언론단체 "언론 자유 보장하라" 규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이 곳곳에서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인을 탄압한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은 카불 점령 후 17일(현지시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여성 인권 존중과 함께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 활동 보장'을 약속했지만 국제사회 우려대로 공염불인 분위기다. 국제언론단체는 탈레반이 언론인에게 가택 급습은 물론 납치·살해까지 자행했다며 탈레반에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CNN의 클라리사 워드 기자가 18일 리포트에서 동료 언론인이 탈레반에 맞을 뻔 했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18일 CNN의 클라리사 워드 기자는 카불 공항 밖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취재하던 중 겪은 공포스러웠던 순간을 보도했다. 그는 "(함께 현지 취재 중인) CNN 프로듀서 브렌트 스웨일스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는데, 탈레반 조직원 두 명이 다가와 총으로 그를 내리치려고 했다"며 자신의 팔을 들어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워드는 다른 탈레반 조직원이 '그들은 언론인이니 때리지 말라'고 저지해 위기를 모면했다고 덧붙였다.   

동료가 탈레반에 구타 당할 뻔 한 공포스러운 순간을 묘사하는 워드 기자. [트위터 캡처]  

 

얼마 전 미얀마 민주화 시위 르포도 했던 워드 기자는 "나는 온갖 혼란스러운 상황을 취재해 봤지만, 이번 사태는 정말 아수라장이고 말도 안 된다"며 "너무 위험하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워드의 리포트에선 여성을 억압하는 탈레반의 행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히잡을 쓴 워드 기자가 한 탈레반 조직원에게 인터뷰를 시도하자 그는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소리쳤다. 탈레반이 공식적으론 여성에게 히잡만 쓰면 된다고 했지만 실제 현실에선 얼굴까지 다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 조직원은 무거운 쇳덩이가 달린 채찍도 들고 있었다고 한다.

 

워드 기자에게 얼굴을 가리라고 요구한 탈레반 조직원이 들고 있는 채찍. [트위터 캡처]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 동부 잘랄라바드 등에서 벌어진 반(反) 탈레반 시위에서 탈레반이 시민은 물론 언론인들도 구타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이날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지역 통신사 기자와 다른 통신사의 카메라맨 등을 탈레반 전사가 구타했다고 전했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탈레반이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직원 3명을 포함해 최소 4명의 언론 종사자 집을 급습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탈레반이 잘랄라바드의 시위를 취재한 언론인 최소 2명을 구타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아프간 잘랄라바드에서 18일 시민들이 탈레반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 위원회는 지난 9일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 세력이 개인(1인 미디어) 라디오 방송 관계자를 살해했고, 개인 방송의 기자를 납치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버틀러 CPJ 아시아 프로그램 조정관은 "탈레반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언론인에 대한 폭력 행사와 가택 수색을 중단하고 자유를 보장하라"고 규탄했다.

아프간에 있는 언론인들의 안전이 위협받자 미국과 영국 주요 언론사들은 자국 정부에 언론 종사 아프간인들의 피난을 요청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월스트리트저널(WSJ)·NYT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미 언론에 종사한 아프간 언론인들과 그들 가족의 피난을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데 이어 가디언·텔레그래프 등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영국 언론을 위해 일한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탈출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