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침몰하는 원전... “필요한 전기 쓰지 못해 죽는 이 부지기수로 나올 것”

Jimie 2021. 8. 15. 04:13

[서민의 문파타파] 침몰하는 원전... “필요한 전기 쓰지 못해 죽는 이 부지기수로 나올 것”

[아무튼, 주말] 文대통령이 감동한 영화 ‘판도라’와 원전 오류에 대한 선택적 분노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저자

입력 2021.08.14 03:00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부산일보 인터뷰 도중 한 말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에 달하는 동일본 대지진이 후쿠시마 원전을 덮쳤다. 일본 건물들은 기본적으로 지진에 대비해 건설되며, 원전은 이보다 훨씬 튼튼하게 지어진다. 비상사태를 맞아 원전은 자동으로 정지됐지만, 원전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발전기가 정상 가동됐기에 별문제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후쿠시마 원전은 그다음에 닥친, 15m 높이의 쓰나미까지 대비하진 못했다. 발전소가 멈추면서 원자로를 식힐 냉각수를 공급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원자로의 온도는 1200도까지 올라갔고, 결국 원전이 폭발해 방사능의 대기 유출이 시작된다. 윤석열 후보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일러스트=유현호

 

멀쩡한 말을 해도 꼬투리를 잡아 공격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이 기회를 놓칠 리는 없기에, 맹공격이 쏟아졌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올림픽을 통해 후쿠시마 부흥을 기원하는 일본조차도 하지 않는 주장이다”라고 말했고, 이재명 캠프 대변인은 “윤 후보 발언은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과 같다. 그렇게 원전 안정성에 자신 있으시면 본인이 후쿠시마산 음식과 오염수 마시는 모습을 공개하시라”고 했다. 하이라이트는 김두관 의원의 다음 말.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자격도 없다. 후보직을 사퇴하라. 내일쯤에는 독도가 원래 일본 땅이라고 할까 봐 걱정될 지경이다.”

 

친일파로 모는 건 너무 나갔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잘못된 정보를 얘기한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원전 관련 논쟁은 매우 불공정한 게임이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쪽이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한 주장을 펴는 반면, 원전이 불안하다는 쪽은 근거는커녕 기본적인 수치조차 틀린 경우가 많다. 예컨대 2017년 6월 19일, 경북 월성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행사에 참여한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3월 기준으로 총 1368명이 사망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 당시 사망자는 단 2명으로, 이들은 방사능이 누출되기 전 쓰나미로 사망했다. 그럼 1368이란 숫자는 어떻게 된 것일까? 사고 직후 일본 당국은 근처 주민 10만여 명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중에는 고령자가 제법 있었기에, 시간이 감에 따라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숫자를 모두 합친 게 바로 1368명. 그때마다 검시가 이루어졌지만, 방사능이 사인인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사고 이후 원전에 들어가 복구 작업을 했던 이들조차 방사능과 관련된 증상을 보인 이가 없을 정도. 자, 고령과 질병 악화, 그리고 쓰나미로 죽은 이에게 “원전 사고로 죽었다”고 말하는 건 맞는 것일까? 대통령 후보보다 대통령의 무지는 더 심각한 문제. 그렇다면 팩트 좋아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에는 원전 대신 태양열로만 전기를 공급하라” 정도의 말은 하는 게 맞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일본 정부가 항의하는 걸로 그쳤다.

 

더 심각한 것은 영화 <판도라>다. 그저 공포를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만들어져서인지, 이 영화는 기본적인 팩트가 모조리 틀렸다. 일단 사고 원인부터 오류다. 우리나라 원전이 후쿠시마보다 훨씬 더 튼튼하게 지어졌다는 걸 감안한다면, 규모 6.1의 지진으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맞는다. 하지만 영화에선 겨우 그 정도 지진에 냉각을 담당하는 밸브에 균열이 생긴다. 사고를 수습해야 하는 이는 하필이면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다. 결국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자 물이 분해돼 수소 농도가 높아지고, 원자로 내부의 압력이 상승한다. 폭발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밸브를 열어 수소와 함께 방사성 폐기물을 대기 중에 방출시키는 것이지만, 총리와 대통령이 싸우는 바람에 결국 주민 대피도 못 시킨 채 원자로가 폭발한다. 총리와 대통령이 싸우는 것도 우리나라 현실에서 말이 안 되지만, 원자로가 폭발하는 장면은 더 말이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우리나라 원전은 다중안전시스템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란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방사성 물질 누출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것도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원자력 사업자는 물론이고 민간 기구, 대학교 등이 제공하는 ‘환경 방사선 감시 정보’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 공개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판도라>는 “현실성 90%”라는 감독의 말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확률이 아예 없는, 일종의 사기다. 픽션 가지고 뭐 이렇게 열을 내느냐 하겠지만, 아무리 픽션이라도 각각의 사건은 나름의 과학적 근거를 가져야 마땅하지 않을까? <판도라>를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선동이라고 한 건 이런 취지에서였다.

 

안타까운 것은 문통이 이런 허점투성이 영화에 감동해 눈물까지 흘렸다는 점이다. 그는 영화 관람 후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원전이 밀집된 고리 지역 반경 30㎞ 이내에는 340만명이 살고 있어, 만에 하나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최악의 재난이 될 것”이라며 “원전 추가 건설을 막고 앞으로 탈핵·탈원전 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문통은 집권 초부터 탈원전 정책을 폈고, 자료를 조작해 가면서까지 월성 1호기를 폐쇄하도록 했으니, 영화 <판도라>가 그의 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하다. 문통 주변에 원자력 전문가가 포진해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 그 휘하에 있는 이라곤 양이원영처럼 원자력에 대한 이해가 하나도 없는 시민단체 사람들. 결국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던 우리나라 원전은 시나브로 침몰 중이다. 그 효과가 뚜렷이 나타날 다음 정권에선, 문통이 임기 내내 억눌렀던 전기요금도 대폭 인상하겠지.

 

한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원전을 지었다고 방사능으로 죽는 사람은 아직 없다. 하지만 필요한 전기를 쓰지 못해 죽는 사람은 앞으로 부지기수로 나올 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관련 기사

‘10전10패’ 자사고 고사 작전… 탈원전 강행하듯 무법질주했다

지난 7월 8일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취소불복 소송에서 이긴 경기 안산동산고. 이 학교는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통과 ...

 

탈원전發 전력대란 위기에… “공공기관 에어컨, 돌아가며 꺼라”

19일 정부서울청사. 오후 2시 30분이 되자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한 정부의 수요 관리 정책에 따라 14시 30분부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