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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길고 굵게'

Jimie 2021. 8. 10. 12:51

정부 '백신 허언 릴레이'…백신 돌려막기에도 "차질 없다"

모더나 도입, 2분기→7월→8월 미뤄

50대 접종 기존 모더나→화이자 추가

아스트라제네카 연령 재조정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8.09.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이달 도입될 모더나 백신 물량이 절반 이하로 조정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 전 3600만명 접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집단 면역의 목표 시기도 앞당기고, 백신 접종의 목표 인원도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모더나 공급 차질로 인해 8월 공급 일정이 조금 변경됐으나 현재로서는 9월 말까지 국민 70%의 1차 접종과 11월 말까지 2차 접종 완료 목표는 차질 없이 진행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백신 부족으로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사회의 우려와는 동떨어진 시각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미 수 차례 접종계획이 수정된 상황에서 '주력 백신'으로 발표한 모더나 백신이 공급되지 않으면 11월 집단면역 달성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예방접종과 관련해 이미 몇 차례 발언을 뒤집은 바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이 모더나 최고경영자와의 화상통화를 통해 올해 2분기 백신 2000만명 분량(4000만회분)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3분기 접종 예정이었던 것을 2분기로 앞당기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로 2분기에 들어온 물량은 115만2000회분에 불과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4월 국회에 출석해 하반기부터 모더나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고 답해 사실상 수급 차질을 인정했다.

[청주=뉴시스] 강종민 기자 =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백신 도입 상황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권 장관은 8월 도입(850만 회분) 예정이던 모더나 백신이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 여파로 절반 이하만 공급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2021.08.09. ppkjm@newsis.com

 

약속한 3분기에도 모더나 백신은 7월, 8월로 도입이 계속 미뤄지다 결국 '절반 공급'을 통보 받았다. 정부는 50대는 모두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다고 발표했으나, 모더나 공급 차질로 50대 후반 접종은 화이자 백신으로 변경됐다. 접종 일정도 수 차례 조정돼 50대 이하 접종이 전체적으로 수 주씩 미뤄졌다.

당시 정부는 7월 공급 연기된 196만회분을 포함, 모더나 백신 1046만회분이 8월 중 국내 도입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나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50대 접종에 화이자를 미리 끌어쓰면서 이달 말 시작될 18~49세 접종에 모더나를 보충해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모더나 비중을 높이는 계획이 불가능해지면서 '백신 돌려막기'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교차접종 시행도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당초 교차접종 가능성을 일축하며 동일백신 접종 기조를 유지하던 정부는 6월 말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교차접종 방안을 내놨다. 6월 말 들어올 예정이던 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83만회분의 도입이 7월 이후로 늦춰진 데 따른 것이다.

방문돌봄 종사자, 의원급 및 약국 종사자, 만성신장질환자, 사회필수인력 등은 2차 접종 직전에서야 교차접종 사실을 통보받았다.

[청주=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이 30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청에서 18~49세 약 1700만명 등에 대한 사전 예약 방식과 일정, 접종 기간 및 백신 등 코로나19 예방접종 8월 시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1.07.30. ppkjm@newsis.com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희귀혈전증 부작용 우려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언론의 불안감 조장'이라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유럽 각국의 접종 중단에도 불구 "국내에선 혈전증과의 관련성이 인정된 바 없다"며 접종을 강행했다. 그러나 4월 들어 접종을 중단하고 "30세 미만은 부작용 우려가 커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후 접종 권고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재상향했다.

접종 연령을 재조정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 청장은 9일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허가 범위가 18세 이상으로 백신 수급이나 유행 상황에 따라 허가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접종이 가능하다"며 전문가 자문 그리고 예방접종 심의위를 거쳐서 검토할 수 있는 범위"라고 했다.

세계적인 백신 부족으로 어쩔 수 없더라도 정부가 상황을 안일하게 인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확한 상황을 국민에게 전달해야 백신 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전체적인 로드맵을 잘 설명하면 국민들도 믿고 따를 수 있다. 그때그때 정책이 달라지니 더 불안한 것"이라며 "백신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맞기 직전에 바뀔 수 있다고 하면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1·2차 접종간격을 4주에서 6주로 한시적으로 늘렸으나 백신 수급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결국은 '길고 굵게'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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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0, 2021

https://www.youtube.com/watch?v=KyfXu5MPK5U

뉴스TV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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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또는 B,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돼요. 내 인생의 좌우명은? A. 가늘고 길게, B. 짧고 굵게!"

요즘 유행한다는 '밸런스 게임'에서 임영웅과 영탁은 '짧고 굵게'를 선택합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어요"

영국 문호 벤 존슨도 그랬습니다.

"참나무가 3백년을 서 있다 통나무로 쓰러지느니, 하루만 피었다 지는 오월의 백합이 훨씬 아름답다. 밤새 시들어 죽는다 해도 빛의 화초요, 꽃이었으니…"

하지만 국수처럼 가늘고 길게 살기도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인은 새콤달콤 뭉친 쫄면을 젓가락으로 풀어헤치며 불량한 삶을 탄식합니다.

"실수였다. 가늘고 길게 살려던 것이"

그래서 사람들은 '굵고 길게' 사는 인생을 꿈꿉니다. 그런데 조바심 내고 욕심부리다 결국 굵고 길게 시달리는 삶이 된다면 그보다 끔찍한 악몽도 없을 겁니다.

"이분들(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을 위해서라도 짧고 굵게 끝내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짧고 굵게 끝내겠다던 4단계 거리 두기는 벌써 4주를 이어왔고, 앞으로 더 길고 굵게 갈 태세입니다. 그러는 사이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피가 마르다 못해 숨이 넘어갈 지경이라고 호소합니다.

나아가 국민 열에 일곱은 '대한민국이 안전하지 않다'고 했고, 열에 아홉은 '코로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했습니다. 조사를 시작한 지 반년 사이 국민의 회의와 불신은 이렇게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그런데 4주 뒤도 못 내다본 정부가 4년 뒤 세계 백신허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 생산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장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은, OECD 서른여덟 나라 중에 접종 완료비율 꼴찌라는, 극심한 백신 가뭄입니다. 뉴욕타임스가 "한국이 초기 백신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결과가 비참하도록 명백해졌다"고 보도할 정도입니다.

길고 굵어서 좋지 않은 건, 늘어가는 주름살과 끈질지게 모진 더위로 족합니다. '모든 것에는 뿌리와 끝이 있다는 옛말처럼, 정말 길고 굵어야 할 것은 뿌리입니다. 짧고 가는 뿌리로 겨우 서서 번번이 국민에게 터뜨리는 허망한 장담과 엄포와 호소는 불신을 키울 뿐입니다.

'짧고 굵게 끝내겠다'는 전략은 사실 처음부터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혹시 했던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짧은 희망이라도 갖지 않으면 현실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 허망한 약속을 누가 무슨 근거로 짜낸 것인지, 누군가는 답해 주기 바랍니다.

8월 9일 앵커의 시선은 '결국은 '길고 굵게''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