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벽화’ 차로 막자, 드러눕고 저지… 15m 벽화 앞 난장판 됐다
입력 2021.07.29 17:26
“검사랑 바람난 쥴리!”
“그건 당신 딸 아니냐?”
29일 오후 3시 30분 서울 관철동 홍길동 중고서점 앞 이면도로 사거리에서 이런 고성이 오갔다. 이 서점 건물 벽면에 그려진 이른바 ‘쥴리 벽화’를 놓고 친문 유튜버와 반문 유튜버 등이 각자 상대를 향해 퍼붓는 고성이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건물 벽면에 그려진 '쥴리 벽화'를 가리기 위해 진입하는 차량을 일부 시민들이 멈춰세우고 있다. /김명진 기자
여권 성향 인터넷 매체 등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가 과거 유흥업소에서 쥴리라는 이름으로 일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전날 오후 언론 보도로 이 벽화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벽화 앞 도로는 유튜버와 정치 단체 등 30여명이 몰려들며 북적였다.
29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건물 외벽에 그려진 '쥴리 벽화'가 보수 성향 유튜버가 세워둔 차량에 의해 가려져 있다. /김명진 기자
문제의 벽화는 이날 오후 두 대 차량에 의해 가려진 상태였다. 보수 성향 시민들이 전날 밤부터 개조한 봉고3 차량과 스타렉스 등을 동원해 벽화 앞에 차벽을 친 것이다. 그러자 친정부 성향 시민들이 ‘쥴리 벽화를 다시 행인들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운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건물 인근 사거리에 진보 성향 시민들과 보수 성향 시민들이 '쥴리 벽화'를 막아세운 차량 철수를 놓고 서로 대치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양 측은 2m 간격을 두고 떨어져 서로를 촬영하며 말싸움을 했다. 반(反) 윤석열 측 시민들은 “꼴통들아 차 빼” “쥴리 실체를 밝혀라”고 외쳤다. 자신을 문재인 정부 지지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부인에게 제기된 의혹인데 공론화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를 들은 반대 측 무리에서는 “니네 가족이나 돌봐” “알아서 뭐하게” 같은 말이 터져나왔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건물 벽면에 그려진 '쥴리 벽화' 앞에 주차된 차량에 불법주차 단속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김명진 기자
차벽에 동원된 두 차량엔 종로구청 주차단속팀에서 부착한 ‘불법주차 단속 안내문’이 각각 붙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주·정차위반을 했으니 과태료가 부과되고 견인 조치까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적혔다. 스타렉스 차량으로 벽화를 막아세운 유튜브 채널 ‘우파삼촌tv’ 운영자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실시간 방송을 하며 차벽을 지키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 날계란 8판을 들고 왔지만 ‘쥴리 벽화에 던지러 가지고 온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는 “아깝게 왜 그렇게 하겠느냐. 지나가는 시민들한테 팔러 온 것”이라고 답했다.
29일 오후 4시쯤 불법 주차 중이던 차량이 빠지면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쥴리 벽화'의 모습. /김명진 기자
오후 3시 51분. 현장에 나온 경찰들이 중재에 나섰다. 봉고 차량과 스타렉스 차량이 차례로 후진하자 가로 약 15m 세로 2.5m 길이의 쥴리 벽화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진보 성향 유튜버와 시민들이 몰려들어 이를 촬영하자 한 시민이 쥴리 벽화 앞에 서서 촬영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비켜라” “알아서 하겠다” 같은 입씨름이 오갔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진 '쥴리 벽화'를 가리려는 스타렉스 차량이 들어오자 한 남성이 길바닥에 드러누워 진입을 막고 있다. /김명진 기자
쥴리 벽화 노출을 둘러싼 양측의 소강상태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후 4시 1분쯤 스타렉스 차량이 다시 쥴리 벽화가 그려진 골목 쪽으로 진입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자 일부 시민들이 차량 앞부분에 몸을 던져 막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 시민은 다시 벽화 노출을 막으려는 스타렉스 차량 앞에 드러눕기도 했다. 경찰의 제지와 회유는 양 측 어느 쪽에도 먹혀들지 않았다.
오후 4시 40분. 쥴리 벽화엔 재차 스타렉스라는 차양이 쳐졌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가려진 것이다. 같은 시각 홍길동 중고서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 모습을 지켜보다 “얘네나 쟤네나, 다 업무방해로 집어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尹법률팀 “쥴리 벽화는 거짓 주장, 접대부·불륜설 10명 고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성 비방을 일삼고, 근거 없는 유흥 접대부설, 불륜설을 퍼뜨린 관련자 10명...
‘쥴리 남자들’ 벽화에… 野 “사유지면 형수욕설 틀어도 되나?”
서울 종로구 옛 우미관 터 건물 외벽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
하태경, ‘쥴리벽화’에 “막가파식 인격살인… 文, 나서서 막아야”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서울 종로의 한 건물 외벽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벽화가 등장한 데 ...
종로에 나타난 ‘쥴리의 남자들’ 벽화… 親文 네티즌들 “성지순례 가자”
서울 종로구 옛 우미관 터 건물 외벽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등장했다. 28일 서울 종로...
'The Citing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루킹 사과' 野시위장 찾은 윤석열 "文, 최대 수혜자…입장표명해야" (0) | 2021.07.29 |
---|---|
‘K방역’ 꼬집은 NYT “백신 예약? 111시간 기다려보라” (0) | 2021.07.29 |
윤석열 32.1%, 이재명 25.7%, 이낙연 18.8%… 최재형 5.7%, 첫 4위 (0) | 2021.07.29 |
지난달까지 대만 국방차관, 중국 스파이 혐의로 수사 중 (0) | 2021.07.29 |
尹법률팀 “쥴리 벽화는 거짓 주장, 접대부·불륜설 10명 고발” (0) | 2021.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