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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은 시험봤냐고요?”… 2700명 국회 보좌진이 이철희에 반발한 이유

Jimie 2021. 7. 25. 08:04

[아무튼, 주말] “니들은 시험봤냐고요?”… 2700명 국회 보좌진이 이철희에 반발한 이유

청와대 정무수석에 발끈
국회의원 보좌진의 세계

곽창렬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07.24 03:00

 

­”’니들은 뭐냐 도대체. 니들은 시험으로 뽑았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좌관은 그냥 의원이 마음에 들면 쓰는 것이다.”

 

최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던진 이 말이 국회 보좌진 2700여 명의 마음을 들쑤셨다. 발단은 지난달 24일 박성민(25) 청와대 청년 비서관 임명이었다. 청와대 비서관은 1급 공무원인데, 보통 이 직급에 오르려면 행정고시 합격 후 25년 정도 걸린다. 대학 재학생으로 3년 가까이 민주당에서 활동한 것이 정치 경력 전부인 박 비서관의 임명이 과연 공정한 인사냐는 얘기가 나왔다.

일러스트=유현호

 

국민의힘 보좌진 협의회에서 비판 성명을 내자, 국회 보좌관 출신인 이철희 수석이 지난 8일 한 방송에 출연해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이번엔 여당인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 이동윤 회장이 입장문을 내고 “마치 국회의 모든 보좌진이 이른바 아무나 하는 ‘낙하산 집단’인 듯 호도된 것 같아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발했다. 40대 초반의 한 현직 보좌관(4급)은 “이 수석 얘기 듣고 너무나도 어이가 없다. 20대 후반에 인턴으로 들어와 5년 동안 인턴을 하면서 온갖 허드렛일하며 이 자리에 겨우 올랐는데, 젊은 시절 피땀 흘린 것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모욕적인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토록 그들을 분노케 한 걸까. 현장의 보좌관들에게 물었다. ‘보좌관이란 무엇인가.’

◇잘 뽑은 보좌관 하나, 의원 명성 좌지우지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회 전체 보좌진 수(지난 13일 기준)는 2671명(남자 1741명, 여자 930명). 의원 한 명당 최대 보좌진 9명을 둔다. 특별한 필기시험 없이 서류와 면접 등으로 국회의원이 직접 채용하고, 의원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다. 업무 시간 등 근무 수칙도 의원이 정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사실상 국회의원이 ‘고용주’, 보좌진이 ‘직원’인 자영업체처럼 돌아가는 셈이다. 자영업자가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유능한 직원을 뽑고 싶어하듯, 국회의원도 자신의 사업인 ‘의원직’을 오랜 기간 유지하기 위해 능력 있는 보좌진(직원)을 두고 싶어 한다. 때로 유능한 직원 하나가 가게 매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듯, 잘 뽑은 보좌진 하나가 의원의 명성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한 중진 의원과 15년 정도 함께한 보좌관 A씨는 일신상 이유로 사표를 냈다. 의원은 당장 “한 달 쉬다 오라”면서 휴가를 줬다. 의원에게 그는 단순한 수족이 아니라 ‘핵심 브레인’이다. 의원보다 더 훤하게 상임위 현안을 꿰뚫고, 정세 판단이 정확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A씨 같은 인물을 보좌관 사이에선 ‘스핀 닥터(spin doctor)’라고 부른다. ‘스핀 닥터’는 정부 수반이나 각료 옆에 있으면서 정부 입장과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하거나 여론을 수렴해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만큼 의원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이 관여해야 할 분야는 많고 넓은데, 의원 개인이 가진 전문성이 제한돼 있다 보니 보좌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보좌관의 능력이 곧 국회의원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교육, 기획재정, 보건복지 등 전문성이 필요한 상임위에선 오랜 기간 활동하며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은 내공을 갖춘 보좌관이 적지 않다. 이들은 의원들이 서로 모시고 갈 정도로 몸값이 귀하다.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같이하자”고 러브콜 보내는 경우도 많다. 보좌관 출신 박모씨는 “특히 정치 경험이 적은 초선 의원에겐 연륜 있는 보좌관 영입이 필수”라며 “일부 국회의원은 일 잘한다고 소문난 보좌진에게 승진시켜 줄 테니 우리 방에 와서 함께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정치 전문가는 “대개 국회 보좌진 하면 파리 목숨이라고 생각하는데, 실력 있는 보좌관은 서로 데려가겠다고 경쟁하는 게 이 바닥”이라고 했다.

◇5급 비서관 채용에 변호사 30명 몰려

이철희 수석은 “(보좌관을) 시험으로 뽑았냐”고 자극했지만, 보좌관들은 “요즘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라고 항변한다. 최근 보좌관 경쟁률은 여느 인기 직장 못지않다. ‘수백 대 1’은 예사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은 지난 1월, 5급 비서 한 명을 뽑기 위해 공고를 냈는데 150여 명이 몰렸다. 지원자 중 30여 명이 변호사였고, 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지원자와 외국 대학 출신 인사도 수십 명이었다. 서울시에서 3년 정도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한 지원자가 최종 선발됐다. 조 의원은 “스펙 좋은 인력이 많이 지원해줘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취업난이 이 정도로 심각한가라는 생각에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인턴 한 명을 뽑는 데도 수십 명씩 지원한다. 지난달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실에서 인턴 한 명을 뽑는 데 일주일간 40여 명이 지원서를 냈다. 의원실 관계자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은 물론이고 해외 유명 대학 출신도 상당수 지원했다”고 말했다. 취업난으로 경쟁률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국회에서 각종 정책 수립이나 결정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보좌관이 국회로 입성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20대 국회에선 전체 298명 의원 가운데 36명이 보좌관 출신이었다.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박완주·이광재·전재수 의원, 국민의힘 이양수·김성원·유의동 의원 등이 보좌진 출신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다. 한 종합편성채널은 야망을 가진 국회 보좌관이 여의도에서 살아남아 국회의원 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를 방송하기도 했다.

◇의원 대신 맘 카페 회장 생일까지 챙겨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보좌진의 평균 재직 기간은 4년7개월에 불과하다.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오랜 기간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이 빛나도록 정책(政策)과 정무(政務)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의원 대신 지역구에서 민원을 관리하고, 여론도 듣고 표밭도 갈아야 한다. 눈에 띄는 정책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 부처로부터 중요한 자료를 넘겨받아 언론에 적절히 알리기도 하면서 의원의 이름값을 올리는 역할도 해야 한다. 대변인이자, 변호사이며, 기자까지 일인 삼역을 톡톡히 해내야 한다.

 

‘발품’은 기본이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 4급 보좌관 B씨는 지역 미용사협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른 번 이상 찾아갔다. 동네 미용실은 정치인에 대한 여론을 만드는 중요한 창구다. B씨는 “미용사협회장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회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귀찮다고 안 만나주는 걸, 한 달 동안 매일 아침·저녁 끈질기게 찾아가니 마음을 열더라. 결국 우리 ‘영감님(의원을 부르는 은어)’한테 유리한 입소문이 나도록 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C 보좌관은 지역구의 학부모 대표와 맘 카페 대표 생일을 매년 챙긴다. 정기 모임도 한다. 그는 “헌신적으로 일해 말이 돌고 돌다 보면 결국 의원님이 내 노력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동영상 제작 능력, 보좌관 필수 스펙 돼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이미지를 주는 데 유튜브가 결정적 매체가 되면서, 동영상 기획·제작 능력이 보좌진이 갖춰야 할 새로운 ‘스펙’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초선 이영(52) 의원은 지난달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영 내려온다’는 동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쉰 넘은 국회의원이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었다. 이 영상을 기획한 사람은 10년 차 이혜인(40) 비서관. 이 비서관은 “의원님이 IT 전문가인 데다 5년 동안 라틴 댄스를 췄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보좌진도 동영상 제작 능력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 로제 떡볶이 ‘먹방’ 라이브 방송을 했고, 셜록 홈스 복장을 하고 부정 투표 의혹을 팩트 체크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동영상을 기획·제작하는 사람은 20대 보좌진 3명. 태 의원은 “국민 소통의 첫걸음은 보좌진과의 소통이다. 정치인은 관행에 젖어 있지만 보좌진은 실용적으로 고찰한다”면서 “보좌진이 로제 떡볶이 먹방 등을 제안했을 때 고민 많이 했지만, 보좌진 말을 따랐더니 결과적으로 꼰대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홍순근2021.07.25 06:50:49

더욱 중요한건 그런 능력있는 비서관을 알아보는 안목 이지요..어떤 놈마냥 사람보는 눈은 맹인 수준이다 보니 앞뒤 안가리고 나이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앉혀 개망신 당하는 경우도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