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권력에 의한 성폭력”… 오거돈 1심 징역3년, 법정구속
입력 2021.06.29 10:51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9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부하 여직원 강제추행 치상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류승우)는 29일 오전 열린 이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심 판결 선고는 지난해 4월 사건 발생 후 1년 3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재판부는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및 장애인 복지시설 등의 5년간 취업제한, 신상정보 등록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부하 직원 2명에 대한 강제추행과 강제추행 치상, 그런 사실을 보도한 매체 관계자에 대한 무고 등 공소 제기된 모든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 권력에 의한 성폭력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부산시장, 2개 대학의 총장, 해수부장관 등을 지냈다는 사실은 높은 권력에 있는 공직자가 더 높은 책임감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초 부하 여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강제추행을 해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8년 11월쯤 부산시청 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2월 A씨를 또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러한 의혹을 보도한 유튜브 매체 관계자 2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무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15 총선 직후인 4월 23일 성추행을 고백하고 시장직에서 전격 물러났다.
어떤 노추(老醜) [신동욱 앵커의 시선]
49,376 views
Jul 1, 2021
https://www.youtube.com/watch?v=JlMyYgfGwkE
"내가 스물한 살이었을 때, 그때도 참 좋은 시절이었지…"
가수 레이 찰스가 죽음을 몇 달 앞둔 일흔네 살에 온 힘을 다해, 친구와 함께 부른 명곡입니다. 어려서 시력을 잃고 고아가 돼 파란만장 지나온 인생을, '낡은 오크통에 조금 남은 달콤한 와인처럼' 음미합니다. 삶이 저무는 황혼에 두 노인이 "그래 좋은 시절이었지" 하며 주고받는 노래가 애틋하고 경건합니다.
화가 렘브란트는 해맑고 자신만만한 청년시절부터 여든 점 넘는 자화상을 삶의 나이테처럼 남겼습니다. 가족도 재산도 모두 잃은 말년의 이 자화상에서, 그러나 그는 웃고 있습니다. 초라한 자신조차 그대로 받아들이고 껴안는 달관의 미소입니다.
늙는다는 것은, 평범하고 당연한 것들을 축복으로 알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충동적 본능은 약해지고, 자아 대신 도덕적 초(超)자아가 커간다고 하지요. 그렇듯 세상에는 "오래돼도 맛이 변하지 않는 특별한 와인처럼 늙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흔세 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두 사람을 강제 추행한 죄로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재판부는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가진,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라며 "피해자 심정은 처참하고, 우리 사회가 느낀 감정은 참담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2차 가해에 가까운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혐의는 인정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구속을 면했습니다. 재판에서는 "우발적 충동적인 기습 추행일 뿐,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귀에 꽂힌 말이 이 변론입니다. "치매진단을 받은, 힘없고 병든 노인인데, '미친 노인네가 정말 미친 짓 했네. 불쌍하다' 여겨 용서해달라"는 대목입니다.
현명하게 나이 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고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자존심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 것이기도 합니다. 그를 늙고 추한 노추에 빠뜨린 것은 병든 심신이 아니라 권력이었을 겁니다.
권력은, 순간을 영원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마취제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죄를 지어도 죄의 업보가 오기 전에는 꿀같이 여긴다"는 불교 말씀처럼 말입니다.
그럴수록 "홀로 조심하라"는 가르침이 신독이고, "삼가고 삼가라"는 흠흠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깊이 반성하고 봉사하며 살겠다"는 최후진술처럼, 이제라도 삼가 두려워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겠습니다.
6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어떤 노추(老醜)'였습니다.
관련 기사
오거돈 피해자 “손녀뻘 추행해놓고 꼬리자르기, 소름 끼쳐”
오거돈(73) 전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28일 ‘오 전 시장의 범행은 명백한 강제추행이며 상해 인과성이 명확하다'는 ...
“오거돈 성추행 사태 겪었는데…” 부산 공직사회 성폭력 신고 더 늘어나
시 산하의 한 기관장이 직위해제 되는 등 올들어 최근까지 부산시와 출자·출연기관, 구·군청 등에서 일어난 성폭력 관련 사건이 ...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결심공판에서 오 전 시장 측이 펼친 우발적인 기습추행, 치매증 등의 변론에 대해 정면...
'The Citing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미애 “윤석열, 대권 꿈 가져선 안 될 부적격한 분” (0) | 2021.06.29 |
---|---|
오거돈 징역 3년 법정구속…재판부 "월등히 우월한 지위 성폭력" (0) | 2021.06.29 |
홍준표 “조국은 사내새끼 아냐, 감옥에 ‘각시’ 보내다니” (0) | 2021.06.29 |
文 “최재형 사표, 안좋은 선례” 권경애 “그런 선례 수두룩 만들더니” (0) | 2021.06.29 |
"꼴뚜기, 망둥이, 배신자, 쿠데타"… 민주당, 최재형-윤석열에 원색적 비난 (0) | 2021.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