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파이 '넘버2' 망명설···"우한 증거 들고 美 갔다" 발칵
[중앙일보] 입력 2021.06.20 14:21 수정 2021.06.20 15:54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베이징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에서 국가 수뇌부 앞에서 입당선서문을 선창하고 있다. “당의 비밀을 지키고, 영원히 당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간 입당선서문을 선창하고 복창하는 육성을 이날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가 중국 전역에 보도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기원설 공방이 ‘중국 스파이 넘버2’ 망명설로도 번졌다.
코로나19 기원설, 정보수장 망명설로 번져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증거 갖고 미국행”
중국 당국 “베이징서 간첩 색출 중” 반박
미국선 "그러면 왜 사진 공개 않나" 또 의문
중국 정보당국의 넘버2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정보를 쥐고 망명했다는 소문이 미국에서 불거지자 중국 당국이 "그는 간첩 색출을 지휘 중"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지난 16일 재미(在美) 반중(反中) 인권운동가 한롄차오가 올린 트위터. 둥징웨이 중국 국가안전부 부부장의 사진과 그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물증을 가지고 미국으로 도주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트위터 캡처]
'넘버2 망명설'은 지난 16일 올라온 트위터로 이슈화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전직 중국 외교관 한롄차오(韓連潮)는 중국판 국정원 격인 국가안전부의 넘버2인 둥징웨이(董經緯·58) 부부장이 미국으로 도주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 사진을 올리고 “사실이라면 커다란 폭탄”이라고 주장했다.
문자 메시지에는 “둥징웨이가 지난해 4월 낙마한 쑨리쥔(孫立軍) 전 공안부 부부장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도주했으며, 지금까지 미국으로 망명한 최고위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그가 우한(武漢) 바이러스 연구소의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어 바이든 정부의 시각이 바뀌었다”면서 “알래스카 회담에서 논쟁의 초점은 둥징웨이 송환 요구였으며 이는 블링컨에게 거절당했다”고 돼 있었다. 둥징웨이의 망명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딸 둥양(董揚)도 함께 중국을 빠져나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8일 오후 3시 경 중앙정법위 웨이신(微信, 위챗) 공식계정인 장안검에 올라온 둥징웨이 중국 국가안전부 부부장이 이날 간담회를 개최하고 내부 간첩과 배우 돈줄 척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내용의 게시물. [장안검 캡처]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정보기관 2인자가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힐 물증을 가지고 미국으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18일 오후 3시께(현지시간) 중국의 사법·공안 기구를 총괄하는 중앙정법위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둥징웨이 국가안전부 부부장이 간첩 척결 간담회를 소집해 사회를 봤다”고 도주설을 공식 부인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정법위 공식 SNS 계정인 장안검(長安劍)은 “최근 해외 정보기구의 침투와 비밀 절취 행위가 급증하고 있다”며 “간첩을 잡아내고 ‘잠복 간첩(內奸·내간)’과 ‘배후 돈줄’을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좌담회는 지난 4월 26일 발효된 ‘반(反) 간첩 안전 방범 공작 규정’에 대한 내부 학습을 겸한 활동이라고 부연했다.
장안검에 글이 올라오자 각종 관영 매체가 일제히 “잠복 간첩 척결”을 합창했다.
잠복한 간첩이 해외 적대 세력과 암암리에 결탁해 반중(反中) 활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막후 돈줄’로부터 적대 세력에게 자금을 전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망명설은 거짓이고, 오히려 당사자는 현재 거짓을 퍼뜨려 선동을 하고 있는 간첩 색출의 최전선을 지휘하고 있다는 발표다.
이날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의 동정도 눈길을 끌었다. 18일 오후 7시(현지시간) 전국에 방송된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에서 시 주석은 “당의 비밀을 지키고, 영원히 당을 배반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입당선서문을 선창했다.
시 주석의 선창에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 한 달여 대외 활동이 없던 왕치산(王岐山·73) 국가부주석 등 국가 수뇌부가 큰 소리로 선서문을 복창했다.
중국 당국이 SNS 소문을 놓고 공개 부인하며 대응했지만 둥징웨이 도주설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중국 당국과 매체가 둥 부부장이 주재한 회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다.
18일 미국의 첩보 전문 사이트 ‘스파이톡(SpyTalk)’의 자문역인 매튜 제임스 브라질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만일 내가 중국을 책임진 자라면, 둥징웨이의 사진을 게재했을 것”이라며 “딸 둥양의 육성으로 소문은 낭설이라고 덧붙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에 본부를 둔 ‘인텔리전스 온라인’ 사이트는 둥징웨이가 허베이(河北) 국가안전청장 시절 시진핑 주석의 경호 요원 육성을 책임질 정도로 관계가 밀접한 인물이라고 지난 2015년 보도한 바 있다.
지난 4월 중국이 새로운 방첩 규정을 시행한 데서 보이듯 미·중 스파이 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과거 중국에서 활동하던 미국의 정보 네트워크가 일망타진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은 재발을 막기 위해 내부 끄나풀을 색출해 기관 건물 안에서 공개 총살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2019년에는 CIA 전직 요원 케빈 패트릭 멀로리와 리전청(李振成)이 중국에 기밀 정보를 넘긴 혐의로 체포됐으며 각각 20년, 19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중국과 대만 양안 간 첩보전도 치열하다. 지난 1990년대 대만 정보기관에 잠복한 중국 스파이 리즈하오(李志豪)가 중국 인민해방군에 잠복해 활동하던 대만 간첩 류롄쿤(劉連昆) 소장을 폭로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당시 류젠쿤 소장은 사형당하고 연루 인물 30여 명이 징역형에 처했다. 대만 당국에 체포된 리즈하오는 2015년 시진핑-마잉주 회담 이후 포로 교환 방식으로 가석방됐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중국 CIA' 국가안전부 넘버2, 미국 망명설 확산
이귀전
입력 2021. 06. 20. 13:13 수정 2021. 06. 20. 16:55
"코로나19 중국 기원설 자료, 미국내 중국 스파이 정보 등 넘겨"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 앞두고 확대 우려 대응 나서
중국의 첩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 고위 관료가 미국에 망명했다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관료가 전달한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자료를 접한 뒤 음모론으로 치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연구소 유출설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시진핑 체제에 큰 타격이 예상돼 인터넷 등을 활용해 대응에 나서는 등 미·중 양국간 고도의 첩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대만 자유시보와 미국 더선 등은 지난 2월 중순 홍콩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 국방정보국(DIA)에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고위직이 중국의 CIA(중앙정보국)인 국가안전부 부부장(차관급) 둥징웨이((董經緯·58)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둥의 망명이 사실로 확인되면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인 중 가장 높은 자리의 인물이다.
둥 부부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비서진을 많이 배출한 허베이성 국가안전부를 이끈 인물로, 시 주석 체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06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허베이성의 국가안전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 4월 국가안전부 정치국장에 임명된 뒤 불과 1년뒤인 2018년 4월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둥 부부장은 지난 2월 중순 딸 둥양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뒤 DIA 측에 연락을 취해 망명 계획과 함께 그가 보유한 정보 등을 알렸다.
지난 3월 미중간 알래스카 회담에서 중국 측이 둥 부부장의 송환을 요청했지만 미국 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DIA 외부로 둥 부부장 망명 사실이 알려진 것은 최근 3∼4주 사이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당시에는 둥 부부장의 망명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둥 부부장이 DIA 측에 제공한 정보 중에는 중국의 코로나19 초기 병원성 연구에 대한 내용과 중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 시민, 미국에서 일하거나 미국 대학에 다니는 중국 스파이,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미국 사업가와 공무원 등의 명단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가 최근 코로나19의 중국 연구소 유출설에 대해 재조사를 요구하는 등 이전과 달리 강하게 주장하는 데는 둥 부부장이 제공한 정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 하드디스크 복사본도 있다. 둥 부부장이 제공한 하드디스크 복사본에는 논란이 된 헌터 바이든의 음란물 문제와 그의 중국 사업 관련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일체의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자칫 문제가 확대될 것을 우려해 언론 플레이 등을 통해 아무 문제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앙정치법률위원회(정법위)의 소셜미디어를 인용해 지난 18일 미국에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둥 부부장이 방첩활동 규정에 관한 세미나에서 중국 정보 관리들에게 반중국 세력과 결탁하는 외국 요원과 내부자 색출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정법위가 둥 부부장의 대외 활동을 갑자기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둥징웨이가 참석한 세미나의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고, 그의 참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역시 없었다. 또 중국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도 둥 부부장에 대한 사진 등이 삭제됐다.
미국의 전 외교관이자 ‘공산당의 스파이 공작: 정보입문’ 저자중 한 명인 매튜 제임스는 “내가 중국에서 이를 담당하는 사람이었다면 둥 부부장의 사진을 첨부하거나 둥 부부장의 딸의 발언을 붙였을 것”이라며 “중국이 해외에서 떠도는 루머를 깨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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