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수사하냐" 항의에···'윤석열 X파일' 수사관 교체 수모
[중앙일보] 입력 2021.06.16 15:45 수정 2021.06.16 16:58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처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 수사관이 ‘별건수사’ 항의를 받고 전격 교체되는 일이 빚어진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의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수사가 뚜렷한 결론은 내놓지 못한 채 잡음만 내고 있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여권이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위협한 ‘X파일’을 두고 “전혀 거리낄 게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별건 수사' 항의 받고 담당 수사관 교체하기도
이날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A씨가 최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수사팀을 향해 “사실상 별건 수사가 아니냐”고 강력히 항의를 했다고 한다. 담당 수사관이 자신에게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전혀 무관한 처가의 사업과 관련한 별건으로 압박 질문을 거듭했다는 취지다. A씨의 항의 끝에 해당 수사관은 다른 수사관으로 전격 교체됐다고 한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사건이 안 되는 걸로 무리하게 끌다 보니 잡음이 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핵심 관계인인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지난해 10월 본지 인터뷰에서 “2013년 말 금융감독원에서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며 “그때 이미 한국거래소를 통해 금감원 심리를 받았고, 그 결과 ‘주가조작 혐의가 없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독]도이치모터스 회장 ”尹처가 의혹, 금감원 무혐의 통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의 골자는 권 회장이 2010~2011년 주식 시장에서 소위 '선수'로 활동하던 이모씨와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시세조종했고, 여기에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전주(錢主)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최근엔 여기에 윤 총장 장모가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주가조작 의혹의 근거는 경찰의 내사보고서뿐이다. 경찰은 수사에 들어가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 장모 최 씨에 대한 관련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에 “윤석열 아내 회사 관련 자료 다 내놔라”
수사팀이 최근 윤 전 총장 부인 김씨의 전시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에 협찬한 한 대기업에 내부 메신저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도 논란거리다. 수사팀이 정용환 반부패2부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코바나와 거래한 자료나 보고서, 메신저 내용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부인 김씨 관련 코바나컨텐츠 의혹은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전시회의 대기업 협찬사가 2019년 6월 4곳에서 검찰총장 지명 이후 16곳으로 늘어나 수사 편의 등 청탁용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등이 지난해 9월 윤 전 총장과 부인 김씨를 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팀은 앞서 지난해 11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전시회에 협찬한 기업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통기각’한 바 있다. 법원이 영장 일부에 대한 부분기각이 아니라 ‘통기각’한데다 당시 기각 사유로 '확보해야 할 주요 증거들이 임의 제출받아도 되는 내용이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면 법익(法益) 침해가 중대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부인 김건희 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떠났는데…후임 김오수 총장도 '지휘배제 아이러니'
윤 전 총장 처가 관련 수사는 지난해 9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의 고발, 10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후 본격화됐다.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전 총장 사건에 대한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며 대대적 공세를 예고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한다”고 명령했다.
당시 수사지휘 취지는 “윤 총장은 손 떼라”는 것이었지만, 지휘서에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이라고 명기한 탓에 윤 전 총장과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각각 김오수 검찰총장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교체된 지금도 여전히 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지검은 이날 “현재 관련 사건들(도이치모터스 의혹사건‧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사건‧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의혹사건)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며 “위 사건들은 작년 법무부 장관의 지휘로 검찰총장 지휘가 여전히 배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혀 거리낄 게 없다는 입장”이라며 “(여권의) 공세가 오더라도 본인이 당당하고 떳떳하다”고 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단독]도이치모터스 회장 "尹처가 의혹, 금감원 무혐의 통보"
기사입력 2020.09.24. 오전 11:36 최종수정 2020.09.24. 오전 11:43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4일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강광우 기자
여권을 중심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처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이 다시 제기되는 가운데 핵심 관계인인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의 골자는 권 회장이 2010~2011년 주식 시장에서 소위 '선수'로 활동하던 이모씨와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시세조종했고, 여기에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전주(錢主)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최근엔 여기에 윤 총장 장모가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주가 조작 의혹의 근거는 경찰의 내사보고서뿐이다. 내사는 사건화되지 못하고 종결됐다.
권 회장은 24일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 말 금융감독원에서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으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며 "그때 이미 금감원이 한국거래소를 통해 심리를 거친 결과 '주가 조작 혐의가 없다'고 나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이 직접 본인의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7월 윤 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여야가 권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했지만, 권 회장은 출석을 거부했다. 권 회장은 "금감원 조사 당시 카메라를 켜놓고 진행했고, 자료가 다 있을 것"이라며 "주가 조작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김건희씨가 연루됐다는 의혹 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은 당시 도이치모터스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권 회장과 일문일답.
Q : 이야기를 꺼내놓은 이유는 뭔가
A :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에 문의해보면, 의혹의 전제인 주가 조작이 없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이 명쾌하게 결론이 나지 않고 확인되지 않는 의혹만 제기돼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제는 저희가 대응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Q : 주가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또 있나
A : 의혹이 제기된 2010~2011년을 포함해, 그 이후까지 주식 비중을 계속 늘리기만 했고, 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전혀 없다. 대주주 지분변동 내역은 공시 사항이라 누구든지 볼 수 있다. 주가 조작을 했다면, 팔아서 이익을 보려는 등 목적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회사를 20년 가까이 공들여 키워왔는데,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주가조작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Q : 차명 계좌를 통한 주가 조작 가능성도 있지 않나
A : 금감원에서도 무혐의라고 하는데, 내가 무엇을 더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검찰이 당시 거래 내역을 모두 조사해서 명명백백하게 결론을 내줬으면 한다.
Q : 중앙지검에서 연락이 왔나
A : 전혀 안 왔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고 있다)
Q : 반대매매 위험 때문에 주가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데
A : 2010년 4월과 8월 약 269만주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상승해 반대매매(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의 위험이 전혀 없었다. 주가 조작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에 더 많은 돈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논리적으로 말이 돼도, 반대의 경우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
Q : '선수'로 불리는 이씨의 정체는 뭔가
A : 해외 유명 대학 출신으로 외국계 증권사를 다니다가 개인 투자자문을 해준다고 해서 소개를 받았다. 투자 수익률이 굉장히 좋다고 해서 주변에도 소개를 해줬는데, 그 중 한 명이 김건희씨다. 내가 이씨에게 100만주를 맡겨서 주가 조작을 했다는데, 이씨에게 계좌를 맡긴 일이 전혀 없다. 다만 김씨를 포함한 지인들이 이씨에게 투자를 맡겼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씨의 이력은 모두 거짓이었다. 지인들이 손해를 많이 봐서 내가 많이 미안했다. 지금은 연락이 안 된다.
Q : 김건희씨와는 어떤 인연
A : 김씨는 2005년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았다. 김씨가 하는 전시공연 행사를 수입차 판매 마케팅에 활용했는데 반응이 좋았고, 회사 실적에 도움이 많이 됐다. 그것을 계기로 김씨 사업에 후원도 하고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그 이후에 윤 총장과 결혼을 하게 된다고 들었다.
Q :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원어치 장외매수한 사정은
A : 2008년 금융위기 때 도이치모터스도 자금 경색이 발생해 내가 보유한 두창섬유에서 도이치모터스에 약 40억원을 대여했다. 이후 채권금융기관에서 두창섬유가 보유한 채권을 출자전환할 것을 요구해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그 주식을 유동화할 필요가 있어서 김씨 등 지인들에게 장외 매도한 것이다. 두창섬유가 비자발적으로 보유하게 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에 불과하고, 두창섬유가 취득한 주식 취득단가 그대로 매매해 상호 간에 경제적 손익은 발생하지 않았다.
Q :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A : 도이치모터스는 20여년전 강원도 원주 BMW 매장 하나로 시작해서 현재 임직원 1300여명이 종사하는 국내 500대 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 나와 우리 직원들에게 도이치모터스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자식같은 마음으로 공들여 키우고, 평생을 바칠 회사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하면서까지 주가조작을 시도할 이유가 무엇이겠나. 앞으로 회사를 국내 100대 기업으로 성장시켜 고용 창출을 더 많이 하고, 지역 사회에 더 많이 봉사하고 싶다. 투자자와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고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란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The Citing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文정부 실명으로 때린 광주 카페사장 "조국 트윗에 전화폭탄" (0) | 2021.06.16 |
---|---|
文 비판한 광주 자영업자, 조국이 좌표 찍자 마녀사냥 당했다 (0) | 2021.06.16 |
최재형이 업어 등하교시킨 절친, 대선 지원모임 만들었다 (0) | 2021.06.16 |
서울중앙지검 “尹 가족 사건, 김오수총장 보고 없이 단독 지휘” (0) | 2021.06.16 |
김학의 수사팀 "공수처 내사핑계, 기자 뒷조사…최악 범죄" (0) | 2021.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