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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조국에게 뭐가 미안하다는건가

Jimie 2021. 6. 8. 12:01

도대체 조국에게 뭐가 미안하다는건가 [핫이슈]

내로남불 위선 드러났지만
대선주자 "아프고 미안하다"
대통령 "큰 마음의 빚" 운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

공정·정의 가치 훼손시켜
상처준 국민에게 사과해야

  • 박봉권 논설위원
  • 입력 : 2021.06.08 09:21:48 수정 : 2021.06.08 09:22:01

조국 전법무장관 회고록이 발간 일주일여만에 17만부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인세만 3억원대에 육박할것이라는게 출판업계 전언이다. 예상보다 많이 팔린데 고무됐는지 조씨도 SNS를 통해 판매량 추이를 실시간 중계하듯하고 있다. 일각에선 책 판매량을 조국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엮으려 한다. 열성 지지층이 조씨 회고록 사재기를 하든 대량구매 주문을 넣든 시비 삼을 일은 아니다. 소설도 아닌 회고록인데도 객관적 수치로보면 단기간에 많이 팔린 것도 맞다. 다만 범여권에서 말하는 친조국 지지 규모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사실 그렇게 경천동지할 판매량은 아니다.

지난 2019년 10월 28일 광화문에선 반조국 집회가. 서초구 대검찰청앞에선 친조국집회가 열렸다. 당시 여권 성향의 일부 언론들은 조국옹호집회 참석자 규모를 "딱봐도 100만명"이라고 했다. 김어준의 교통방송에 출연한 공중파 보도국장도 "딱 보니까 100만(명)짜리"라며 친조국 집회 참가자 숫자를 침소봉대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들 주장대로 집회 참석자만 100만여명에 달할 정도인 조국 ·정경심 수호부대 규모를 감안하면 회고록 판매량이 아직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강고한 진영 논리와 교조적 틀에 갇혀 옳든 그르든 내 주장만 하고, 보고 싶은것만 보고 듣고 싶은것만 듣는 확증편향의 정도가 조국기 부대나 태극기 부대나 오십보 백보다. 법원 판결을 통해 그많은 반칙과 위선의 민낯이 낱낱히 드러났는데도 그렇게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던 진보세력이 조씨에 대한 지지를 접지 않는건 개인의 자유니 뭐라 할일은 아니다.

다만 여권 대선 주자는 물론 범여권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조씨를 감싸고 검찰 수사탓을 하는건 다른 얘기다. 1심 법원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하고 허위로 인턴 서류를 작성한 혐의 등을 대부분 인정, 정경심씨에게 4년 실형을 선고했다. 한 발 더 나가 "반성하지 않는다"며 법정구속까지 했다. 조씨도 위조공문서 행사 등 11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다. 그런데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과 검찰에 대한 한풀이성 원망은 물론 자기방어적 변명과 뇌피셜이 담긴 회고록을 낸 조씨를 향해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가슴이 아리다"고 했다. 여권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만큼 친문 강성지지층의 표심을 노린 발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국민 정서와는 한참 동떨어진 언사여서 당혹스럽다. 이들외에도 여권내엔 조국에 미안해하고 조국을 지키자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정청래 의원은 "조 전 장관은 누가 뭐래도 검찰개혁의 희생양"이라고 했다. 하기사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지난해 1월 전국민이 다 지켜보는 신년기자회견때 조국에 대해 "지금까지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으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내로남불 위선이 드러나도 좌고우면하며 피의자를 법무장관으로 밀어붙여 국론을 분열시킨데 대한 사과도 전혀 없다.

 

도대체 조씨에게 뭐가 그리도 미안한지 잘 모르겠다. 잘못을 저질렀어도 우리편이니 지켜줘야 하는데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는건지, 그냥 넘어가도 될일인데도 수사를 시작한 검찰을 막지 못해 미안하다는건지, 인턴 서류 조작 등은 남들도 다하는건데 재수없이 걸려 안타깝다는건지, 법원의 유죄선고를 막지못해 미안하다는건지, 좀처럼 이들의 미안함이 이해되지 않는다. 죄는 밉더라도 개인적인 인연이 있어 정말 안타깝다면 따로 만나 위로의 말을 건내면 될 일이다.

그리고 정작 미안해야 할 대상은 특권과 기득권을 움켜쥐고 반칙과 편법을 일삼은 조씨가 아니라 이로인해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훼손돼 마음에 상처를 입은 국민들이다. 조씨에 대한 범여 정치권의 공개적인 위로와 지지가 국민에 대한 모욕인 이유다. 조국 비호는 일반 대중은 안중에도 없고 강성 지지층만 보고 정치를 하겠다는것이나 마찬가지다. 거대 여당이 민심 이반으로 참패한 4·7재보선에 대해 사과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다. 반칙과 특권에 분노하고 공정 가치를 강조하는 2030 달래기 차원의 작전상 후퇴차원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척 한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수 밖에 없다. 사람은 참 안바뀐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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