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심장에 있다” 미얀마 시인, 장기 적출된 채 시신으로
입력 2021.05.10 16:56 | 수정 2021.05.10 16:56
미얀마 군부 정권에 비판적인 시를 써왔던 저항 시인이 경찰에 끌려갔다가 장기가 제거된 채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미얀마 저항 시인 켓 띠(45)가 지난 9일 장기가 도려내진 채 싸늘한 시신이 돼 돌아왔다./이라와디뉴스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시인 켓 띠(45)가 지난 9일(현지 시각) 군경에 끌려가 심문당한 지 하루 만에 장기가 제거된 시신으로 돌아왔다고 10일 보도했다.
켓 띠와 그의 아내는 지난 8일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 쉐보에서 무장 군인과 경찰에 붙잡혔다. 부부는 나란히 끌려가 심문을 당했다. 켓 띠의 부인은 BBC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도 심문을 당했고, 남편도 마찬가지였다”며 “그들은 남편이 심문 센터에 있다고 했지만 결국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시신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켓 띠의 아내는 9일 오전 군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가잉으로부터 100㎞ 떨어진 몽유와 지역의 한 병원으로 와 남편을 데려가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남편이 팔이 부러졌거나 다친 정도라고 생각했다”며 “도착해보니 남편은 영안실에 누워 있었고 장기가 모두 제거된 상태였다”고 했다.
병원 측은 “남편의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아내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망 증명서에 있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내는 당초 미얀마 군은 남편의 시신을 매장하려했지만 그녀가 시신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켓 띠가 심문 센터에서 고문을 당하고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군부 쿠데타 이후 780명이 군부 무력 진압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켓 띠는 군부 쿠데타 이후 사망한 세 번째 저항 시인이다. 그는 “그들은 머리를 겨누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단 걸 모른다”라는 문장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켓 띠는 2012년 전업 시인이 되기 위해 엔지니어 일을 그만두고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팔아 생계를 이어왔다.
쿠데타가 벌어지고 2주가 지났을 땐 “나는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순교자가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약골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바보가 되고 싶진 않다. 불의를 지지하고 싶진 않다. 단 1분만 살 수 있다면, 그 1분간 깨끗한 양심으로 살고 싶다”는 시를 썼다. 최근엔 “사람들이 총에 맞고 쓰러지지만 나는 오로지 시로 저항할 수 있을 뿐”이라며 “그러나 나의 목소리가 충분하지 않을 땐 신중히 총을 집어 들어야 한다. 나는 총을 쏠 것이다”라는 시를 통해 심경의 변화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엔 켓 띠의 친구였던 시인 크 자윈(39)이 몽유와 지역에서 일어난 시위에 참여했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관련 기사
“가위로 코·귀 잘려”… 미얀마 군부 끌려간 청년의 고문 증언
문민정부를 뒤엎고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 정권에 저항한 시민들이 군에 붙잡혀 가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
반군에 잇단 패배, 탈영도 늘어… 미얀마軍 궁지 몰리나
지난 3일 오전 10시쯤 미얀마 북부 카친주의 모마욱 마을 상공. 지상 공격을 하던 미얀마 군부의 무장 헬기 한 대가 흰 연기...
“미얀마 군경, 시위대 시신 돌려주는 대가로 돈 요구”
미얀마 군경이 반(反)쿠데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진 시민들의 시신을 유족에게 넘겨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제 많이 본 뉴스
'The Citing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윤 ‘피고인 중앙지검장’ 된다… 토사구팽 위기에 선 방탄검사 (0) | 2021.05.11 |
---|---|
윤석열에 말 아끼고, 검찰에 뼈 있는 발언한 문 대통령 (0) | 2021.05.11 |
검찰 “울산 시장 선거는 부정 선거의 종합판” (0) | 2021.05.10 |
'文 친구 송철호' 위해 靑 개입 의혹… 검찰 "울산시장선거는 부정선거 종합판" (0) | 2021.05.10 |
"같은 하늘 아래 살고있나" "탈당하라"…文연설에 쏟아진 비난 (0) | 2021.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