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Arts

청라언덕.동무생각

Jimie 2024. 5. 25. 05:48

청라언덕.동무생각

이은상 시  박태준 곡

https://www.youtube.com/watch?v=TjT7w8DrdxY 

 

 

동무생각 - Sop 조수미 (이은상 시 박태준 곡)

https://www.youtube.com/watch?v=BdQf2hlIxxc 

 

 

 

동무생각 -엄정행 

https://www.youtube.com/watch?v=aCKhgXAdvvA 

 

 

 

DPRK 조선가요 4-18 동무 생각 

https://www.youtube.com/watch?v=XK7FbUpyI0A 

 

 

‘사우(思友)

동무 생각
- 이은상

봄의 교향악(交響樂)이 울려 퍼지는 청라(靑蘿)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靑蘿)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백사장(白沙場)에 밀려 들오는 저녁 조수(潮水) 위에 흰 새 뛸 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潮水)와 같은 내 맘에 흰 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떠돌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서리 바람 부는 낙엽 동산 속 꽃진 연당(蓮塘)에서 금어(金魚) 뛸 적에
나는 깊이 물속 굽어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꽃진 연당(蓮塘)과 같은 내 맘에 금어(金魚)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뛰놀 적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소리 없이 오는 눈발 사이로 밤의 장안(長安)에서 가등(街燈) 빛날 때
나는 높이 성궁(城宮) 쳐다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밤의 장안(長安)과 같은 내 맘에 가등(街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이은상 작시, 박태준 작곡의 가곡, 1922년 만들어진 곡. 원제목은 ‘사우(思友)

작곡자가 숭실전문학교(崇實專門學校) 재학 때인 1925년에 음악적 전문지식없이 작곡한 곡이라는...

* 감상 

이은상(李殷相 1903~1982) 작사, 박태준(朴泰俊 1901~1986) 작곡의 대한민국 최초의 가곡(歌曲).

서문시장과 계성학교 건너편의   동산의료원 뒤쪽에는  ‘동무 생각’이 새겨져 있는 시비(詩碑)가 있는 청라언덕이다.

 

은상과 박태준은 마산에 있는 창신학교 교사로 있을 때 함께 근무했다. 노산 이은상은 마산 창신학교 설립자(이승규)의 아들이면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고, 박태준은 그 학교에서 영어와 음악을 가르쳤다. 이 기간, 둘은 절친이 되어 인생, 문학과 예술을 나누는 각별한 사이였다.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하는 박태준은 가끔 이은상에게 자신이 나고 자랐던 고향 대구 이야기며, 짝사랑했던 신명학교의 여학생 이야기를 했다. 이은상은 그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서 시를 썼고 박태준이 곡을 붙인 것이 바로 ‘사우(思友)’다. 청라 언덕 위 선교사 주택이 있는 동산 중앙에 세워져 있는 ‘동무 생각’ 시비에 적힌 글의 내용을 힌트 삼아 이때의 상황을 둘이 나누는 대화 형식으로 실감 나게 표현한 글이다.



태준: 봄 동산에 화사하게 꽃이 피니 마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것 같네요. 내가 살았던 대구의 고향 언덕 위에는 선교사 사택이 있는데 담벽에 담쟁이넝쿨이 뻗어 올라가 '청라(靑蘿 = 푸른 담쟁이) 언덕'이라고 불렀어요.
은상: 아, 그래요? 참 이국적인 풍경이겠구려.

 

태준: 대구에 있는 계성학교에 다녔는데, 청라 언덕을 올라갈 때면 그 아래 신명 여학교 다니는 얼굴이 하얀 여학생하고 자주 마주치곤 했지요. 근처에 있는 교회당을 다니는 여학생이었는데 나는 수줍음을 많이 타서 말도 걸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어요. 청라 언덕에 많이 피곤했던 백합화를 닮은 흰 나리꽃처럼 참 이뻤지요.
은상: 그 여학생을 못 본 날은 너무 실망스러웠고, 다행히 만난 날은 가슴이 두 방망이질 치면서 온갖 시름 걱정이 다 사라졌겠구려.

 

태준: 그랬지요. 나는 이곳 남해 바닷가에 와서 음악선생을 하고 있는데 그녀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으려나?
은상: 박 선생, 내가 시를 지을 테니 박 선생이 곡을 붙여 사람들이 애창하도록 해 봅시다. 그러면 그녀도 이 노래를 누가 만들었을까 생각하지 않겠어요? 대구의 청라 언덕 말고 그녀가 박 선생의 존재를 떠올릴 수 있는 힌트가 또 없을까요?


태준: 내가 이곳 마산에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니 바닷가의 백구(白鷗=하얀 갈매기), 그녀도 같이 거닐었던 청라언덕의 연못, 그리고 거기서 노니는 비단잉어를 넣으면 좋겠네요.
은상: 봄 동산의 백합화, 여름 바닷가의 흰 물새, 낙엽 지는 가을 연못의 금붕어(金魚)로 하되, 지금 박 선생이 외롭고 쓸쓸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그대를 만나 볼 수 있다면 모든 슬픔이 사라지겠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넣으면 되겠지요?


태준: 맞아요. 봄 여름 가을은 되었고, 겨울은 무엇으로 표현하지요? 눈보라? 눈사람?
은상: 당나라 장안(오늘날의 西安)은 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가 유명하니 그곳의 왕궁도 불빛이 없으면 얼마나 쓸쓸하겠냐는 식으로 댓구(對句)를 만들어 보리이다. 4계절의 연시(戀詩)를 마치 동요처럼 지어볼 테니 박 선생이 가곡으로 멋지게 곡을 붙여 보셔요.

 



제 탄압이 극에 달했던 때, 이런 낭만적인 연가(戀歌)를 합십해서 만들어 낼 정도로 일반인과는 조금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이은상과 박태준, 그들의 친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은상이 그의 고종사촌 여동생을 소개하였고 그 둘은 결혼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라 언덕 계단 길에서 이상화 시인의 생가터로 이어지는 대구근대화 골목길이...

청라 언덕에서 도시철도 2호선 '청라언덕역'까지 걸어서 10분. 그 길을 ‘동무 생각’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면서 걷는 시간이 행복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dQf2hlIxx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