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휴브리스, 대통령의 추락
-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4년 4월 13일 01시 05분
윤완준 정치부장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의료 파업에 참여한 의사들의 면허를 다 정지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그래야 의사들이 정신 차린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총선 직전인 이달 초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 담화 초안은 공개된 담화보다 의사들에 대한 훨씬 더 강경한 비판이 담겨 있었다. 참모들이 대화 가능성을 더 열어둬야 한다고 설득해 그나마 발표된 담화로 정리됐다. 하지만 그 담화마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됐다. 담화가 나온 뒤 참모들은 내용이 어떻게 읽힐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불통은 최고 권력 취한 오만에서 온다
국정 운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태도,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윤 대통령은 뚝심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민심은 이를 불통이라고 읽었다.
불통은 최고 권력에 취한 오만에서 온다. 휴브리스(Hubris). 권력자의 오만을 가리키는 이 말이 대통령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가른다. 권력자의 추락 여부를 결정하는 그 오만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공교롭게도 이번 총선 민심이 선택한 윤 대통령 심판은 조국혁신당 돌풍과 함께 일어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 윤석열의 이미지는 공정과 상식, 불의에 저항하는 뚝심이었다. 정권의 반대, 공격에도 굽히지 않고 원칙대로 조국 수사를 지휘한 리더십이 그에 대한 지지를 높였다.
책 ‘위기의 대통령’(함성득)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2019년 9월 6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단둘이 저녁을 먹었다. 윤 총장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문제를 설명하자 문 대통령은 “그럼 조국이 위선자입니까?”라고 물었다. 윤 총장은 “저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된다”라고 한 뒤 “조국 부인 정경심을 기소하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윤 총장은 “법리상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이 뚝심이자 원칙일 것이다. 당시 여권이 윤석열을 공격하면 할수록 윤석열의 존재감은 커졌다.
윤 대통령을 잘 아는 한 정치학자는 “지금은 공정과 상식, 원칙 같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보여줬던 리더십이 안 보인다”고 했다. 오히려 그 좋은 자질이 고집과 불통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역사가 거꾸로 반복되는 아이러니”라고 했다.
조국 대표는 그런 상황을 십분 이용했다. 자신을 윤 대통령의 정치적 희생자이자 순교자로 규정하고 정권 심판을 윤 대통령 업보로 부각했다.
왜 그런 전략이 먹혔나. 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분명한 사과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은 윤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 눈높이에선 조국을 수사한 검찰총장 윤석열의 공정, 상식과 반대였다. 민심은 5년 전 조 대표에게 ‘내로남불’을 물었고, 이제 윤 대통령에게 ‘내로남불’을 물은 것이다.
검사 마인드 버리고 국민에 고개 숙여야
대통령에게 모든 정보가 집중되니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읽지 못한다. 뚝심이 고집으로 변하는 건 여기서 나오는 최고 권력자의 오만 때문이다. 많은 권력자들이 이 때문에 추락했다. 윤 대통령의 휴브리스는 김 여사, 이종섭, 의대 정원 증원 문제 등 곳곳에서 드러났다. 국민에게 진정 고개를 숙이고 겸손한 태도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것. 많은 이들이 윤 대통령에게서 그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범죄자 때려잡는 검사 윤석열이 아니라 정치인 대통령 윤석열로 마인드를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
추천 많은 댓글
- Hope10042024-04-13 02:52:44추천6비추천2
- 사기 비리 부정 성추행과 돈봉투로 얼룩진 전과자들과 주사파 공산주의자들에게 무조건 지지해준게 국민의 뜻인가??? 공정과 정의는 사라지고 지방색과 편파적 좌파세력들의 왜곡 선동질에 나라가 좌편향으로 기울었다.....과연 공정하고 지성적이고 정의로운 자유한국이 멀었는가???? 참담한 현실에 답답하구나...
- 묵시적뇌물유네스코등록2024-04-13 01:08:13추천5비추천0
- 이준석이가 약속대로 지구를 떠나 화성에 가더니 당선됐다. 윤석열은 준석이 하나 못짜르고 미적미적 뒤에 숨어 국민화병 만들더니 기어코 나라를 말아먹네. 준석이에 배워라. 달나라 가서 그자리 지키그라. 거기는 국민이 필요 없다.
- drach2024-04-13 03:10:46추천1비추천2
- 하모! 이번 선거의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그 "정치인"으로 거듭나야하니 탄광노동자 파업 막는 다고 동원한 기마경찰로 사상자 나자 큰 비난 여론에도 뷸구하고 다음엔 탱크 동원한다고 설친 저 영국의 "철없는"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흉내 낼 생각 아예 꿈에도 말고, 개혁의 개자는 생각도 말고, 절대 국민의 분노를 사면 않되쥬! 의료 개혁은 말할 것도 없고 어쭙잖게 노동개혁이니 연금개혁한다고 검사시절 뚝심, 절대 부리지 말고 해당 분야 국민들 분노나 저항 사면 절대 않되쥬! 그게 이번 선거의 위대하고 현명한 유권자들의 엄명이라네!
전체 댓글 보기
'Lesso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에 달고 살아온 욕설 3000년 역사 (0) | 2024.05.04 |
---|---|
아름다운 우리말, 얼우다 (0) | 2024.05.04 |
달라진 한국 사회… 권위주의에 대한 분노가 이념·도덕 다 삼켰다 (0) | 2024.05.04 |
늙지 않는 사람들이 먹는 녹색 채소 1위는? 3위 시금치, 2위 쑥갓... (0) | 2024.05.04 |
맏이 <맏伯백>, <맏胄주> · <맏長장> · <맏孝효> (0) | 2024.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