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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하십시오

Jimie 2024. 5. 3. 04:50

들샘23.03.19 

 

아주 오래전 80년대 후반....
어디를 갔다 늦은 저녁에 집엘 오는데 호젓한 산길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산길이여서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곳인데, 불빛에 어떤 체구가 작은 사람이 바랭이를 지고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비탈길을 오르고 있어서 힘이 들것 같아 차를 세우고는...

"어디를 가시는지 힘들어 보이는데 차를 같이 타고 가시지요..."
하니까 "예~ 고맙습니다." 하며 차를 타는데.. 여승이였습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짐을 지고 있어서 몰랐는데, 연약한 분이라서 오히려 더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하며 출발을 하였습니다.
어디까지 가시느냐? 고 하니 대략 4~5km정도 가야 할 거리입니다.
아마도 그 스님은 공양을 해오는 것일 것 같고, 지고 있는 것은 곡식류 같아 축~ 쳐진 것이 무거워 보였습니다.


조금  가다보니 스님이 지고 있는 바랭이를 지고 있는 상태로 가시더군요.
그래서 "스님 차 안에서 뭘 무겁게 지고 계십니까? 짐을 내려놓고 편히 가시지요" 하니까...
나 하나 탄 것만도 미안한데 짐까지 내려 놓다니요? 하면서 그대로 짐을 지고는 불편하게 엎드려 가시더군요.
그래서, "스님 차안에서는 지고가시나 내려놓고 가시나 무게는 마찬가지 입니다" 하였더니 웃으며 미안해서 그러지요... 하더군요.


참 순진한 스님이셨습니다.

때묻지 않은 순결한 마음이였구요.

결국 짐을 내려놓고 편하게 가셨는데...
한참을 가다가 어느지점에서 내려달라고... 아니 스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산중에서 내리시면 어쩌시려구요?
했더니, 밤이라 절이 보이지 않는데, 저기서 내려 모퉁이만 돌면 절이 있습니다. 하시더군요.


그래서 내려드렸더니... "성불하십시요." 하는 인사말을 하시는데, 나는 이게 뭔 뜻인지도 몰랐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 줄 몰라서
그냥 "안녕히 가십시요" 하며 얼버무려 인사를 건넸는데, 나중에 또 그 지역을 지니다 보니 절이 있다는 안내표지가 있더군요.


나귀나 자동차를 탈 때...

짐을 지고타든 싣고 타든 마찬가지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