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부터 중국 경제를 보는 국제 시장의 눈초리가 심상찮습니다. 5월18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작년 12월 이후 6개월 만에 7위안을 돌파했죠.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고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는 뜻입니다.
서방 매체에는 중국 경제를 향한 섬뜩한 경고가 쏟아졌어요. 중국에서 30년 이상 살아온 중국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외르크 부트케 회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다음 10~20년 중국은 성장률 2~3%의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사 록펠러 인터내셔널의 루치르 샤르마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중국 경제가 뿌리부터 썩어간다”고도 했어요.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4개월을 지켜보니 중국 경제가 코로나 19 이전 수준의 활력을 되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4월 청년(16~24세) 실업률이 201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어서는 등 곳곳에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있어요.
◇리오프닝 4개월 ‘참담한 성적표’
중국 경제는 1분기(1~3월) 4.5% 성장을 기록하며 그럭저럭 선방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4월에도 소비 증가율이 18.4%를 기록하면서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어요.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상황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작년 4월은 상하이 봉쇄가 본격화됐던 시기로 경제 지표가 최악이었죠. 이런 기저 효과를 감안하면 4월 증가 폭은 상당히 클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이었습니다.
소비증가율의 경우 시장 예상치는 20.2%였지만 실제 증가율은 18.4%에 그쳤어요. 공업생산 증가율도 5.6%로 시장 예상치(9.7%)보다 크게 낮았습니다.
4월 중국의 수입이 -7.9%를 기록했다는 게 사실 숨어 있는 포인트에요. 소비가 잘 되고 공장이 잘 돌아간다면 당연히 수입이 늘어야 할 텐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겁니다.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달러=7위안’을 넘어선 데는 이런 중국 경제 실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어요.
◇“성장률 2~3% 정착될 것”
중국 경제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중국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은 좀 더 차갑습니다. 중국EU상공회의소 외르크 부트케 회장은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 중국 대표를 맡고 있는 중국통이죠. 스위스 ABB에서 일할 당시인 1990년대부터 중국에 자리를 잡고 살아왔으며, 서방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자문하는 역할을 해온 인물입니다.
그는 5월23일 이임을 앞두고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는 연간 4~5% 성장하던 시절과 작별할 수밖에 없고 2~3% 성장이 정착될 것이다”면서 “지금 상태로 보면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했어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에 비해 크게 낮은 상태에서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30년’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그는 “중국 성장이 정점에 달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성장 동력을 회복하려면 고통스러운 개혁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과거처럼 정부가 재정이나 금융을 통해 성장률 하락 추세를 되돌릴 여유도 없다”고 했더군요.
◇“부동산 거품 기댄 인위적 성장 끝나”
루치르 샤르마 회장의 FT 기고문은 그보다 더 신랄합니다. 그는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이 중국 경제가 올해 5% 성장이 가능한 것처럼 장밋빛 위장을 하지만 실상은 훨씬 더 나쁘다”고 했어요. 이를테면 5% 성장을 하려면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이 8% 이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1분기 중국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은 1.5%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소비에 대해서도 중국 가계가 가처분 소득의 30%를 집값 대출금 갚는 데 쓰고, 4월 수입 증가율이 -7.9%를 기록했는데 소비가 대폭 증가했다는 게 맞느냐고 반문을 해요.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 수치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샤마르 회장은 “중국 경제가 뿌리부터 썩어가고 있다”고 했어요. 중국은 2008년부터 재정을 동원한 부동산 경기 부양과 빚에 기대 성장해왔는데, 그 모델이 이제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게 그의 진단입니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돈을 더이상 쏟아부을 수 없는 형편이 됐고, 이런 자금 부족이 소비와 산업 생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그는 “중국의 인구 감소와 생산성 향상 속도를 감안하면 5% 성장은커녕 그 절반 정도가 적정한 잠재성장률”이라면서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이 치어리더가 돼 ‘반등’을 외친 지난 4개월간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에서 수천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했습니다. 그는 운용 자산 규모가 100억 달러를 넘는 록펠러 자산운용의 국제 투자를 책임지는 인물이죠. 허투루 듣기 어려운 지적입니다.
◇“청년실업은 구조적 현상”
제로 코로나가 중국 경제에 남긴 또 하나의 큰 그림자는 청년실업률이에요. 올 들어 매월 상승해온 청년실업률은 4월 20.4%까지 치솟았습니다. 2019년만 해도 높아도 13%를 넘지 않았던 청년실업률이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는 형국이에요.
투자은행 크레디 스위스의 데이비드 왕 수석 중국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중국의 높은 청년실업률은 일시적인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대졸자들은 IT, 금융, 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고연봉의 일자리를 원하는데 중국 경제가 그런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거죠. 중국 경제가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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