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인도 없어요, 어떡하죠” 김학의 출금날 출입국 직원 카톡방 불났다
입력 2021.01.12 03:00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는 2019년 3월 23일 새벽에 내려졌다. 출금 사흘 전부터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은 177회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출입국 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이를 카톡방에서 공유했다.
본지가 입수한 106쪽 공익신고서에는 이들이 당시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 내용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들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보낸 출금 요청·승인 요청서가 향후 문제가 될 것임을 감지했지만 불법 출금의 실행자 역할을 했다. 당시 단체 카톡방(단톡방)에서 누군가 그런 점을 걱정하자 다른 출입국 공무원은 “위법성 논란이고 나발이고 (김학의) 놓쳤으면 간담이 서늘”이라고 했다.
◇출금 사흘 전부터 출입국 ‘불법 조회’
2019년 3월 20일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직원 11명이 참여한 단톡방에 A씨는 “아직 (김학의) 출국금지 요청이 없었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출금 여부 같은 개인 정보는 조회는 물론 공유도 불법이다. 그다음 날 사무관 B씨가 “그 사이 출국한 것 아니겠죠”라고 다시 묻자 A씨는 “국내에 있습니다. 출국 기록 없습니다”라고 했다.
A씨는 이날만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서 김 전 차관 출국 여부를 60번 조회했다.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동안은 2분에 한 번꼴인 27번 조회했다. 퇴근 후에는 다른 직원에게 부탁해 12번 더 조회했다. 이는 불법이었다. 출금 조치 전에 특정인의 출국 여부를 확인할 권한이 A씨에게는 없었다. A씨는 검찰에서 “내부 정보 보고와 국회 요구, 언론 대응을 위해 검색했다”고 주장했다. 상부의 명시적 또는 암묵적 지시에 따른 행위였음을 유추해볼 수 있지만, 그 부분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억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10.28/연합뉴스
◇”양식도 官印도 어뜩하죠” 당황한 공무원
출입국 당국은 3월 22일 오후 10시 52분 김 전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의 발권을 마쳤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3월 23일 0시 8분,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 명의의 긴급출국금지 요청서가 접수됐다.
이를 본 A씨는 다른 직원에게 “중앙지검이 아니에요. 양식도 관인도 (없어) 어뜩(어떡)하죠”라고 했다. 이규원 검사가 ‘가짜’ 서울중앙지검 사건 번호를 적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그 공문서였다. 다른 직원(상급자로 추정)은 “과장님께 보고 드리세요”라고 했고 B씨는 “과장님도 보시고 걱정하심”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3시 8분에는 이규원 검사에게서 긴급출국금지 승인 요청서가 접수됐는데 이번에는 중앙지검 사건 번호가 아닌 서울동부지검 내사 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 서류에도 동부지검장 관인은 없었고, 출입국 직원들도 문제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7시 A씨는 동료 직원에게 “어제 근무 과장이 계속 저 사진 보내면서 저거 좀 받아야 한다고 난리네”라고 했다. 한 시간 뒤 A씨는 출금의 적법성에 대한 법무부 간부들의 의견 차이를 상사에게 전달했다.
A씨는 “(출입국심사과) 과장님은 긴급 미승인하고 법무부장관 직권으로 거는 쪽 얘기하시고 본부장님은 수사기관이 판단해서 요청하니까 긴급 요건에 맞는다고 볼 수 있다고 하시고”라고 했다가 “본부장님 의견 쪽으로 정리됐다”고 전달했다. 여기서 ‘본부장’은 민변 출신인 차규근 출입국·외국인관리본부장을 말한다. 차 본부장이 대검 진상조사단 검사의 공문서 ‘위조’를 눈감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법성 논란이고 나발이고” “장관님이 금일봉 줄 듯”
상황이 종료된 후인 3월 23일 오후 5시 34분 출입국 직원들 단톡방엔 긴급출금의 불법성에 대한 우려가 올라왔다. 한 직원이 “피내사자 부분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했고, 오후 9시 13분 다른 직원은 ‘김학의 출국의 위법성’을 다룬 기사에 대해 “네이버 난리네요”라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ㅋㅋㅋ 장관님이 금일봉 줄 듯” “발 빠른 대처” “위법성 논란이고 나발이고 (김학의) 놓쳤으면 간담이 서늘” “진짜 나갔으면 우리가 다 뒤집어 쓸 것”이란 메시지가 연달아 올라왔다.
그에 앞서 3월 23일 오후에 있었던 직원들 대화에는 이종근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 정책보좌관(현 대검 형사부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한 직원이 “정책보좌관 한 분이 계속 와서 대응법을 알려달라 한다”며 “엄청 시끄럽고 말씀 많고 성격 급하다”고 했고 “검찰에 피해갈까 봐” “엄청 염탐한다”는 대화도 있었다. 박 전 장관이 당시 출금에 관여한 정황으로 해석될 부분이었다.
이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여러 사람의 불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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