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15분간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과 이어지는 검찰 수사, 이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 등 다소 불편한 질문들에도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그런 이 대표가 인터뷰 중 말을 버벅댄 순간이 있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명백한 거짓말은 피하면서 어떻게든 답변을 하려다보니 혀가 꼬인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이 대표는 방송에서 ‘왜 검찰에 나가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대체적으로 검찰 수사가 지나치다, 라고 생각들을 한다”고 답했다.
이어 “예를 들면 이미 경찰이 몇 년 동안 수사해서 무혐의 청…”이라고 말했다가 이내 “처리됐던 거를 다시 뒤집어가지고”라고 정정했다. 그리고는 “지금 현재 검찰이 저를 담당하는, 제 주변 수사를 담당하는 인원이 무려 광주지검 수준의 한 60명이 넘는다는데”라며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실제로 범죄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릴 권한은 검찰에만 있다. 경찰은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검찰에 넘김)할 수 있을 뿐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경우, 경찰만 이 대표를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했을 뿐, 이를 받아든 검찰은 보완수사를 지시하는 등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적이 없다. 특히 한동훈 법무장관과 법무부는 최근 이 점을 공개적으로 강력히 천명했다. 이 대표가 이런 점을 의식하다보니 말이 꼬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었다.
◇李, 검찰 출석할 땐 “사법쿠데타”
이 대표가 ‘경찰에서 무혐의…’라고 말한 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지칭한다. 그는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도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사법쿠데타”라고 했었다.
이 대표만 이렇게 이야기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검찰이 이 대표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보완 수사 결과를 내놓자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3년 동안 탈탈 털어 달라진 게 없는데 뭐가 있는 것처럼 송치했다”며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검찰이 케케묵은 사건을 끄집어내 재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한동훈 “무혐의 처분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법무부의 판단은 다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그 사건은 무혐의 처분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그 사안은 분당경찰서에서 수사하다가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고발인의 이의 신청에 따라 검찰에서 검토한 다음 보완수사 요구를 했다”며 “이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중간 단계 결정이므로 ‘무혐의 처분됐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 역시 18일 “무혐의 처분이 있었다는 거짓말 등 명백한 사실관계까지 왜곡해 반복적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적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3년간 뭉갠 수사
이 사건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 당시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와 장영하 변호사 등이 문제 제기한 이후 경찰에 고발이 들어갔던 사건이다. 사건은 경기 분당경찰서가 맡았지만, 사실상 3년간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020년 10월 이 대표가 대법원에서 선거법 무죄 확정판결을 받자 2021년 2월에야 수사에 착수했다. 분당경찰서는 그해 7월 이 대표에 대한 서면 조사를 한 후 사건을 송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고발인들이 이의신청하면서 사건은 성남지청으로 넘어갔다.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보고를 미루는 등 사건을 무마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박하영 차장검사는 항의 차원에서 사표를 냈다. 결국 김오수 검찰총장이 이끌던 당시 대검찰청은 작년 2월 이 사건을 분당경찰서가 보완 수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경찰은 작년 9월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여러 기업 중 두산건설의 후원금이 문제가 된다고 판단해 검찰에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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