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2위' 러軍 혼쭐냈다…'금욕주의자' 우크라軍 넘버2의 지략 [후후월드]
입력 2023.06.14 08:00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키이우를 방어하고 하르키우를 탈환했으며 바흐무트에서 끝까지 버텨낸 우크라이나의 영웅이, 이번 전쟁의 명운을 건 대공세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던 마을 7개를 탈환했다고 주장하는 등 ‘대공세’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내세우자,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우크라이나의 대공세’를 이끌고 있는 지상군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57)에 주목했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가 지난해 10월 도네츠크에서 탈환한 도시 라이만에서 열린 국기 게양식에서 군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르스키 사령관은 현재 우크라이나군을 이끄는 2인자로, 발레리 잘루즈니(49) 총사령관 바로 아래다. 하지만 외신들은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거둔 많은 승리는 사실 시르스키 장군의 지략에서 나왔다”면서 우크라이나 선전의 공을 시르스키 사령관에게 돌렸다.
댐 폭파해 러軍 속도 늦춰 키이우 지켜내
실제로 시르스키 사령관은 지난해 2월 개전 초기, 러시아군이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각오로 수도 키이우로 몰려들 때 인근 이르핀댐을 폭파해 러시아군의 진지를 침수시키고 이들의 진격 속도를 늦췄다. 또 여러 개의 도로와 부교를 파괴해 러시아 지상군의 키이우 접근을 막아냈다.
시르스키 사령관의 이 같은 지략으로 러시아군은 예정보다 늦게 키이우에 진입했고, 그 사이 시간을 번 우크라이나군은 서구에서 지원받은 재블린·스팅어·NLAW 미사일 등으로 무장할 수 있었다. 이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기갑부대가 오는 길목을 예상해 선점하고 기동성을 앞세워 게릴라·기습 작전을 펼치며 ‘세계 2위’를 자랑하는 러시아군을 격퇴해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외곽 도시 이르핀을 잇는 다리가 파괴된 채 방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특히 시르스키 사령관은 키이우 사수를 위해 현장 지휘관에게 본부와 상의 없이 직접 전술을 짜고 적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 대응의 민첩성을 높였다. 키이우와 주변 마을에 대한 방어는 현장 지휘관에게 전권을 맡기고, 자신이 이끄는 기갑부대는 키이우 중심부를 지키며 격전지에 출동해 지원하는 전략을 썼다.
이에 러시아군은 키이우에 진입한 부대가 포위·역공을 당하고, 이르핀·부차·호스토멜 인근에선 보급로가 차단당하는 등 진퇴양난에 빠졌다. 결국 2022년 4월 키이우 점령을 포기하고 후퇴했다. 세계는 “화력으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12배 앞서 있었다”면서 “72시간이면 함락될 줄 알았던 키이우가 전술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뒀다”며 놀라워했다.
이에 대해 비탈리 클리츠코 키이우 시장은 “시르스키 사령관은 긴박한 상황에 매번 결정적인 판단을 내렸고, 그가 내린 조치로 인해 키이우를 사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병사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조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성동격서로 하르키우 탈환…"21세기 명장"
같은해 7월, 시르스키 사령관은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내기 시작했고, 두달 뒤 하르키우를 완전히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겁에 질린 러시아군이 군복을 벗어던지고 민간인 복장으로 도망쳤고, 시르스키 사령관은 하르키우 발라클리아의 한 건물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며 하르키우 수복을 알렸다.
독일의 슈피겔 등은 시르스키 사령관이 하르키우 탈환 때 사용한 전술을 “의심할 여지없이 대단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시르스키 사령관은 남부 헤르손에서 대규모 공세를 펼쳐, 하르키우가 있는 북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성동격서 작전을 펼쳤다.
러시아군이 북부 전선에 대한 경계를 늦추자 시르스키 사령관은 곧바로 최소한의 인원만 골라내 최소 규모의 부대를 이끌고 단기간에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외신은 이를 두고 “21세기 최고의 명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는 “만약 시르스키 사령관이 지원군을 요청할 수만 있었다면 러시아 전선은 더 심각하게 붕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인근의 전략적 요충지인 이지움을 수복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BMP-2 보병전투차를 타고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르스키 사령관은 현재 바흐무트에서 격전을 치르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곳의 검은 땅에 수개월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젊은이 수만명이 죽어가며 암울한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완전 점령’을 선포했지만, 대반격 시작 사흘 뒤인 지난 8일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우리 군이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했다”면서 “바흐무트 여러 구간에서 느리지만 의미있게 전진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시르스키 사령관도 “바흐무트에서 적군은 진지를 잃고 있고, 우리 군은 측면을 따라 계속 나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바흐무트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독일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우크라 군사학교 3곳 거쳐…유연성 갖춘 전략통
시르스키 사령관은 1965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200㎞ 떨어진 블라디미르에서 태어났다. 1980년부터 모스크바에 거주했고 군사 명문인 모스크바 고등군사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여러 사령관들과 동문 수학한 사이다.
이후 우크라이나 육군 아카데미, 우크라이나 국립 국방 아카데미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사관학교 세곳을 졸업하면서 작전·전술·전략통으로 성장했고, 소련식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전술을 모두 구사하게 됐다.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시르스키 사령관의 전술에 대해 “일면 러시아식 작전 방식 같지만, 상황에 따른 완급 조절과 유연성이 탁월해 완전히 차별화됐다”고 평가한다.
동료들은 시르스키 사령관에 대해 ‘강박적인 계획가’ ‘체육관에 중독된 금욕주의자’라 전한다. WP는 “책을 좋아하고 사색적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전략을 세우는 노련한 장수”라고 표현했다.
철저한 계획과 냉철한 자기 절제로 유명한 그는 군을 지휘할 때 ‘병사의 사기’를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타임스는 “매일 군인들로부터 300개의 메시지를 받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한다”면서 “시르스키 사령관의 명령은 간결함과 통일성이 특징이며, 이는 러시아군이 갖지 못한 우크라이나의 강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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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미묘한 관계로 종종 호사가들의 입줄에 오른다. 시르스키 사령관은 잘루즈니 총사령관보다 나이는 8살 많고, 군 경력도 훨씬 길다. 2021년 잘루즈니가 총사령관에 임명되기 전까지는 시르스키가 선임이었다.
두 사람은 성향도 정반대다. 잘루즈니가 적극적이며 공격적인 맹장형 장군이라면, 시르스키는 금욕적이며 차분한 관리형 장군으로 알려졌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대선 주자’로 언급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정치권의 견제를 받자, 일각에선 시르스키 사령관과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자리를 바꾸자는 교체설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시르스키 사령관은 “군대는 정치 영역 밖에 있다”면서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며 정치가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길 원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 ‘철의 장군’이라 불리는 그는 러시아군을 격퇴해 국민 영웅으로 부상했다. EPA=연합뉴스
외신은 ‘전쟁 영웅’으로 떠오른 시르스키 사령관의 운명도 이번 대공세 결과에 달렸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이번 대공세 작전 성패는 사실상 시르스키 사령관의 승리 여부로 갈린다”면서 “작전적 책임도 그의 발밑에 놓였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도 “대공세는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이끌어온 시르스키 사령관의 총명함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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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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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ul****1분 전
우크라이나의 지장 시르스키장군이 부디 정치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군인 분분을 다하여 러시아로부터 조국을 구하는 진정한 군인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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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ks****11분 전
러시아와 쭝국 북한 같은 미친 지도자들이 있는 나라는 멸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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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2****32분 전
우크라가 유럽에서 가장큰나라다. 겨우 20만 가지고 준비도없이 쳐들어간 러시아가 피똥싸는게 맞다.빨리끝내지않으면 러시아내에서 반란일어나서 나라가 쪼개지고 중공이 연해주 먹겠지? 빨리끝내라 두 미녀들에나라가 싸우는데 전세계 청년들이 마음이 타들어간다. 빨리끝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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